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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6. 2024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작가에게 있어 생계의 문제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J.K. 롤링, 헤르만 헤세 세 명이다.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며 그녀의 글쓰기에 매료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쓰기를 위한 일상의 루틴을 따라며 작가의 체력을 위해 마라톤을 하는 모습이 글쓰기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헤르만 헤세는 중고등학생 때 읽었던 데미안 때문에 그가 잠들어 있는 스위스 루가노 무덤까지 찾아갈 정도로 그를 신봉했다.


 이들을 닮고 싶고 이들의 작품처럼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욕심으로 그들처럼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그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생각과 문장을 훔치고 있다. 그들처럼 진심을 다해 매일 글쓰기를 한다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처럼 글을 잘 쓰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쓴다. 혹여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글쓰기를 멈출 생각은 없다. 이미 일상의 즐거움이자 모든 것이 되어버린 글쓰기는 쉬어갈지언정 멈추지 않는 기차와 같다.


 인간에게 있어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크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먹고사는 현실의 문제에 계속 부딪치게 된다면 그 꿈은 점점 희미해질 수도 있고, 현실성이 결여된 한여름 밤의 꿈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 세 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절대 자신의 원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꿈에 다다르기 위해 매일의 몸부림을 잊지 않았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J.K. 롤링은 이혼 후 어린 딸과 함께 일자리가 없어 정부의 생활 보조금에 의지해 생활을 연명했다. 글을 쓸 공간도 없어 집 근처 카페에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하고 출판사에 연락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혼녀의 작품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출간했으며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가 되기 위해 일상의 모든 것을 글쓰기에 맞춘 대표적인 루티너리이다. 글쓰기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달리기를 하며 매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고 완주하는 전문적인 러너이기도 하다. 특히 글쓰기를 위해 심야영업을 했던 레코드바를 그만둔 그의 결단은 작가라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일상은 무미건조할 정도로 매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만 그도 소설을 집필할 때는 에세이에 대한 글감이 떠올라도 절대 에세이를 쓰지 않고 소설 쓰기에만 집중하는 그만의 방법이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글을 항상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받기를 원했고, <데미안>이란 작품은 그의 이름이 아닌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했다. 오직 작품성으로만 평가받기를 원했던 그의 노력은 헤르만 헤세 특유의 작문 스타일 때문에 결국 그의 작품인 것이 밝혀져 위대한 작품을 집필한 무명작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이 세상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창조의 열정을 가지고 있던 그는 성장에 대한 고뇌,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에 대한 인간의 자유를 이야기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위대한 작가 반열에 오른 이 세 명의 작가를 동경하며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 노력이 말도 안 되는 노력이자 허황된 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도 지금 현실만 보더라도 이런 노력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육아를 하는 한 집의 가장으로 가족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작가가 되기 이전에 남편이자 아버지로 책임을 다하지 못함에 괴로워하게 될 것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 꿈으로 가는 길을 가시밭길로 만들고 있지만, 당장에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수준이라면 절대 작가라는 원대한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글쓰기 라이프를 위해 학자금 대출부터 일용직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문제와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의 노력을 보면서 생계에 대한 절심함과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글쓰기에 대한 꿈이 더욱 간절해졌다. 저들의 상황보다 조금 나은 내 생황이기에 그들보다 더 치열하고 전투적으로 글쓰기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 위해 일용직 노동자도 마다하지 않는 현실적인 작가들의 도전은 정말 나에게 귀감이 된다.


 성공한 작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작가는 고귀한 직업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일상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작가의 시선을 덧입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작가는 말 그대로 현실성이 결여된 글쓰기로 현실적인 문제에 고뇌하는 독자들의 공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작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나아가야 할 이상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이상향이라고 할지라도 꿈꾸는 자유마저 포기하면 안 된다고 세상에 외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타협주의자가 아닌 고된 일상 속에서도 빛나는 꿈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노력이, 별 볼일 없이 태어났어도 별을 보며 살아가는 존귀한 존재가 되도록 할 것이다. 작가는 꿈을 노래하고, 꿈을 꾸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이 직접 현실의 문제에 온몸을 내어 던져 직접 부딪히며 싸운 일상의 흔적을 글쓰기로 표현할 때 그보다 더 동감을 불러오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실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생계를 뛰어넘은 하늘 높은 곳에 있는 별과 같은 꿈을 바라보게 한다.   


#밥벌이로써의글쓰기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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