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가속도보다 무거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
하늘을 날고 싶은 이카루스의 꿈이 과도한 욕망으로 좌절되었지만 인간의 꿈은 결코 좌절되지 않았다. 날아야 뜬다는 당시 학설에 위배되는 뜨면 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으로 인류 최소의 비행으로 기억되고 있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에서 지금에 이르는 우주 비행까지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이카루스의 꿈은 실현되고도 남았다. 이제 이동을 위한 비행은 너무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고 나도 해외여행이나 출장이 있을 때면 기차보다는 비행기를 더 선호한다. 최근 어린이날 연휴 기간 동안 제주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기상악화로 결항에 대한 안내 문자를 받아서 어떻게라도 비행기 표를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어린이날 제주로 가지 못했다. 더 문제인 것은 그다음 날도 결항과 지연으로 예정 시간보다 2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결항으로 공항에서 노숙하는 이야기를 가끔 듣기는 했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결항이란 일이 처음 일어나 아이와 어린이날을 같이 보내지 못했다.
내가 비행기에서 주로 마주치는 사람들은 객실 승무원(Cavin crew) 들이다. 이분들 중에 객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지는 사무장도 계시겠지만 비행에 관한 모든 일을 기장(captain)이 책임진다. 승객들이 기장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지만 익숙한 이유는 기내 방송으로 기장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며, 서로 앉아 있는 곳은 다르지만 한 공간에 있다. 기내에 탑승할 때 승객들은 출입문을 통과해서 오른쪽으로 가지만 기장, 부기장님은 왼쪽으로 들어가고 그곳은 승객 출입 금지구역이다. 금지된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있지만 한 번도 직접 볼 수도, 들어가지도 못했고 수많은 장치가 있는 그곳을 다만 사진으로 보았을 뿐이다.
비행기가 사고 나는 뉴스를 보면 가끔은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섭기도 하지만 미국을 가는 방법 중 배를 타느냐, 비행기를 타느냐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면 무조건 나는 비행기를 선택한다. 미국 서부만 하더라도 20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 하는데 만약 배로 가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뱃멀미와 싸워가며 망망대해를 바라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부산에서 제주도까지 17시간 걸려 제주도에 간 경험을 마지막으로 여행에서 배를 타는 일은 다시없다. 비행기가 가장 위험할 때는 이륙과 착륙을 할 때인데 가끔 이착륙 시 기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때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늘 안전하게 운행하시는 기장님 덕분에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있다.
선장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대학 동기가 부기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낯선 땅을 선호하는 친구의 눈망울이 떠올랐고 말끔한 제복을 입은 기장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국내선에서 비행시간을 경험하고 있을 때 코로나19가 발생하여 하늘을 날 수 없었지만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어 다시 기장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선까지 운항해서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를 운 좋게 공항에서 맞추지 게 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탑건이란 영화를 보면 화려하지만 고달픈 전투기 조종사의 일상을 볼 수 있게 되는데 하늘을 나는 꿈은 수많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가능해질 수 있고, 음속의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중력가속도를 견디어 내는 신체와 정신력이 필수이다. 빠른 속도를 요구하지 않는 민항기 조종사에게는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것이 없지만 대신 승객 400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담감이 항상 그들 어깨 위에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장에게 비행은 고단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에서 기상조건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항상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들의 노력이 밤하늘의 별 보다 더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