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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20. 2024

감정의 분자

뇌 속에서 감정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감정’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데 브라질 태생의 싱어송라이터 모리스 알버트의 <Feelings>라는 곡이다.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시 이 노래를 한국어로 부른 가수들의 노래 가사는 Feelings, nothing more than feelings의 원문 그대로 “감정, 그 무엇보다 감정”이란 가사로 노래를 한 것을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감정의 동물인 인간에게 감정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겠냐마는 역설적으로 감정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다. 특히 요즘처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종종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감정이 지나쳐 일을 그르치거나 심지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야기는 일방적으로 감정에 치우친 것은 인간 답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됨을 알려준다.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작용과 발현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기를 원했다.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발달로 인해 감정의 비밀에 점점 다가갈 수 있었지만 신경펩타이드를 발견하기 전까지 감정의 테두리만을 돌았을 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신경펩타이드가 인간의 몸과 마음은 감정과 행동을 되살리기도 하고 억누르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의 기전만 보아도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옥시토신(Oxytocin)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져 뇌하수체 후엽에 저장되어 있다가 신경 자극에 의해 분비되며 주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며 자궁수축과 성관계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옥시토신의 분비가 되지 않으면 사랑하지만 사랑 가득한 눈이 아닌 표독스러운 눈으로 바라볼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뇌에는 수용체가 있고 그 수용체와 자신들만의 특별한 모양으로 결합하는 단 하나의 리간드(ligand)가 있다. 이들은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볼트와 너트 같은 결합을 통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이런 유기체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의 모든 시스템은 연결되어 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통할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몸과 뇌 사이의 연결을 ‘몸을 지배하는 마음의 힘’을 오해하고 있었다. 마음은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몸 그 자체가 되며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과학의 본질을 알려 주는 연구 결과로 과학은 절대 획기적인 사건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 모여 축척된 일련의 사건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 일련의 극적인 결과와 획기적인 발견과 진보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과학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의 과정이다.



 다이앤 코넬리가 처음 제안한 몸맘(bodymind)라는 용어도 몸과 마음을 분리할 수 없다는 동양 사상의 본질이 반영되어 있으며 몸속의 신경펩타이드 분자들을 통해 감정의 역할을 연구하며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여섯 번째 감각, 육감(gut feelings)이 신체 기관에서 느껴지는 이유처럼 각 기관에 분포된 수용체와 리간드의 작용을 미세하지만 인간은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감정은 신경펩타이드와 수용체라는 감정의 생화학물질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면서 몸의 각 기관을 몸맘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단위로 연결한다. 이러한 작용한 감정은 물질적 실체보다 정보를 물리적 실체로 변환시키는 일련의 신호이자 마음이 물질로 변형되는 하나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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