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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19. 2024

검은 유혹, 맛의 디아스포라 짜장면

라면의 원조 짜장면의 기원

어릴 적 외식을 할 때면 빠지지 않고 먹었던 음식, 바로 짜장면이다. 지금도 가끔 그 맛이 그리워 먹고는 하지만 짜장면을 처음 먹었을 때의 희열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입가에 짜장면을 먹었다는 흔적을 남길 정도로 전투적으로 먹었던 짜장면의 짭조름하고 단 맛이 춘장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무지 속에서도 짜장면은 한국 고유의 음식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 짜장면을 먹은 곳이 바로 인천차이나타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보다 현대적으로 변모되었지만 내가 갔을 당시만 해도 누가 봐도 여기는 한국이 아닌 중국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협지 속에 묘사된 중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낯선 음식점에 들어가 시켰던 짜장면, 하얀 그릇 위에 담긴 노란 면발, 그리고 가득 담긴 검은 양념은 코로 전해오는 냄새보다 눈으로 보는 모양새가 나도 모르게 침을 고이게 만들었다.


 된장도 고추장도 아닌 춘장이라는 이름이 낯설었기에 검은 양념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능숙하게 옆에서 젓가락을 이용해 비비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따라 비비는 순간 노란색 면과 검은 양념의 조화는 영롱한 색으로 변하며 내 미각을 자극했다. 한 입 먹는 순간 낯섦과 의구심은 내 혀 위에서 감칠맛과 달콤함의 조화를 내며 순식간에 식도로 넘어갔다. 시간이 흘러 부산역 인근 상해거리에 있는 ‘홍성방’이라는 중식당에서 먹었던 짜장면은 처음 먹었던 짜장면의 맛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내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들었다.


 짜장면은 산동성 복산, 옌타이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작장면, 자장미엔이 인천으로 들어와 한국화 된 음식이다. 누가 원조냐라는 질문에 응당 옌타이의 자장미엔이 먼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짜장면과 자장미엔은 겉모습만 보아도 서로 다른 존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둘 다 ‘춘장’이라는 곡장을 베이스로 만든 음식이지만 자장미엔은 비벼 먹기엔 너무 퍽퍽한 소스라서 자장미엔에는 맑은 국물 요리가 함께 나온다.


 하지만 한국식 짜장면은 면이 붇지만 않는다면 누가 비벼도 쉽게 면과 양념을 섞을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칸스이 또는 감수로 불리는 전분에 의해 결정된다. 한때 부산역 인근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양잿물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했다는 애사의 이야기는 잿물로 알려진 식용가성소다로 밝혀졌다. 밀가루의 점도를 높여 꾸덕꾸덕한 소스가 되게 하는 한국식 짜장면의 비법이다.


 ‘춘장’이란 말로 대파를 찍어 먹는 장이라는 ‘총장’의 와명이라는 것만 보아도 한국으로 전래되면서 보관이나 공급이 용이한 양파로 대체되면서 ‘춘장’이란 말이 더욱 편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검은 춘장에 찍어 먹는 순백색의 양파와 함께 한 입 가득히 먹는 짜장면은 수타면을 뜻하는 랍면에서 유래되어 라면의 원조가 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음식의 유래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느꼈다.


 ‘먹잘알(먹는 음식을 잘 아는 것)’이란 신조어보다는 이 음식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유래되었고 어떻게 발전하였는 지를 알고 난 후 먹는 것은 혀의 미각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맛의 차이는 극명할 것이다. 음식의 유래는 문화의 교류이자 인류의 이동이다. 그 가운데 음식이란 매개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 또한 유래의 산물이며, 이런 새로운 산물을 통해 인간의 역사는 더욱 풍성해진다.


#짜장면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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