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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23. 2024

세바시 북퍼실리테이터 양성 교육

책으로 연결되는 끈 만들기

 이번 주 수요일, 오랜만에 외부 교육이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월말을 앞둔 상황 속에서도 꼭 듣고 싶었던 교육이라 모든 일정을 뒤로 빼고 조율했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평일 오전이라 공항도 크게 붐비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봄방학이라는 사실을 망각했었다. 아침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주차장이 만차에 가까울 정도로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둘러 주차를 하고 수속을 했다.


 나의 서울 출장 경로는 매우 단순한데 거의 대부분 9호선을 이용한다. 선정릉역에 가거나 여의도에 가는 두 가지 경로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번 경로는 5호선을 타고 오목교역으로 가는 길인데, 오랜만에 5호선을 타니 기분이 색다르다. 대학교 1, 2학년 때 방학 기간 동안 사촌 동생이랑 문화센터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방문한 목동의 변화를 바라봤다.


 현대백화점도 그대로고, SBS 방송국도 그대로인데 변한 것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아 시간의 흐름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지만 교육 시작 시간이 지났기에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CBS 방송국 정문에서 2층 스튜디오로 올라가는 길, 오늘의 교육을 기대하는 마음이었지만 스튜디오를 찾지 못해 5분 정도 헤매다 제일 늦게 교육장에 들어가니 이미 교육은 시작했고, 나의 자리는 제일 앞자리였다.

  안내하시는 선생님 앞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있는 내 명찰을 확인하는 순간, 설마 하는 예감이 들기도 했는데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림없었다. 쑥스러움을 뒤로하고 조용히 앞자리에 앉아 거친 숨을 정리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나와 다른 한 분 빼고는 모두 여성분이 앉아 계셨다. 최대한 주목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육에 집중하며 첫 번째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여기에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모인 공간이라 이런 내 마음은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게 만들었고, 처음 본 사람 앞에서는 극강의 어색함을 표출하는 나였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실습을 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팀 활동 속에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나의 식사 성향까지 배려해 주셔서 편하게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시간까지 알차게 북클럽의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북클럽장은 물론 북클럽 활동을 한 번도 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내가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할 북클럽을 상상하며 수료증을 받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공항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좋아하는 대상이 같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각자의 인생 속에서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과정 중에 나에게 전달되는 인사이트는 교육 과정의 목표와는 별개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추가 소득과도 같다. 이런 느낌까지도 잘 기록해 두고 평생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출발 전날 뉴스를 보니 기상악화로 비행기 운항에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날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침부터 연착을 하더니만 내려오는 비행기도 눈 때문에 출발예정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출발해 밤 11 시가 다 돼서 집에 도착했다. 이런 날씨로 인해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보통 지루하고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교육을 이끌어주시는 선생님의 강의와 교육 내용도 구성은 물론 함께 참여하신 분들도 너무 좋았다.

 교육의 정리하는 시간에 나누었던 “오늘 가장 좋았던 내용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가감하게 교육 내용이 아닌 내가 속했던 팀의 선생님들을 이야기했던 것이 예의가 아닌 진심이었음을 전했다. 누구보다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시면서 집중하시는 모습이 앞으로 내가 이끌어야 할 북클럽에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이런 경청과 집중을 자세를 보인다면 책으로 연결되는 미세한 끈에서 강력한 불꽃이 튀며 두꺼운 케이블 가닥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올해 목표 리스트에도 없었던 새로운 도전,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으로 나의 성장은 물론 함께하는 분들의 성장까지 기쁨으로 나눌 수 있는 모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나 혼자만이 아닌 함께 하는 모든 분들의 힘을 모아 성장의 열매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열망이 현실로 변하는 시간이 정말 기대된다.  


#세바시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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