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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24. 2024

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식재료가 요리가 되는 과정

나에게 있어 음식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닌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단맛, 짠맛, 쓴맛, 신맛과 같은 기본적인 맛은 알지만 그 외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음식점에서 말하는 맛은 잘 알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잘 몰라서, 그냥 편하게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음식이 나에게는 제일 맛있고 좋은 음식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제일 좋아했다.


 현미식물식을 하고부터는 간단히 조리해서 먹는 일은 거의 없다. 현미밥에 채소와 과일을 먹는 식단이기에 무조건 요리의 맛을 느낄 수밖에 없고,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잎채소의 경우만 봐도 맛이 다 다르다. 기본적으로 쓴맛이 가장 많이 나지만 배춧잎의 경우에는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쓴맛 속에 단맛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마치 캡슐로 보호된 단맛이 오래 씹으니 보호막이 깨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현미식물식을 하면서 인간의 원시 밥상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절, 밥상에 고기를 먹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귀했을 것이다. 특히 대형동물의 고기를 먹는 날은 목숨과 맞바꾸었을 정도로 반드시 몸보신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한 끼의 식사 준비를 한 원시 인류의 사냥 기술은 점점 발전하여, 고기 먹는 날이 많아졌고 선사시대 동굴에서 동물뼈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요리에 더 진심을 보인 증거는 바로 토기이다. 토기는 흙으로 빚은 그릇인데, 토기의 사용은 저장의 용도와 요리의 용도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토기는 저장 보관할 수 있는 곡식의 재배를 했다는 증거이며, 연질 토기와 경질토기로 구별하며 불에 잘 견디는 경질토기는 불을 이용한 음식 조리에 사용되었다. 토기를 통해 직화의 한계를 벗어나 중탕이나 찜 같은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불을 이용한 요리의 방법이 점차 다양해졌다.


 인간의 식탁 위에 오랜 시간 올라왔던 수많은 식재료들도 결국 먹는 사람들의 취향에 의해 선택받아왔고, 지역별 차이가 더해지면서 같은 식재료로 만든 다른 요리가 나타났다.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로 완성되는 요리를 보며 오랜 시간이 만든 그 땅의 레시피가 존재한다는 것과 이것이 식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테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땅에서 자라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위에 역사라는 양념 한 스푼, 성향이라는 소스 한 스푼을 더해 만들어진 음식 문화는 견고한 성이 되어 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조상 대대로 먹어왔던 음식이 되어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냈다. 이는 “I am what I eat”이라는 문장처럼 먹은 음식이 내가 되는 현실을 만들었고, 내 몸 안에서 살아 있는 정체성이 되었다.


 따라서 음식은 정체성이며 정확하게 표현하면 만들어지고 있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식구가 같이 밥을 먹으며 만들어지는 공동체이듯, 같은 음식을 먹고 나누면 가족이요 한 민족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공통의 식문화가 민족적 정체성을 만들어 시대와 나라에 따라 차이를 만들었고 이는 민족의 자부심이 되기도 하였다. 최근 음식으로 이탈리아 사람을 괴롭히는 영상만 보더라도 그들이 자신의 음식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음식이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다. 이 음식을 같이 먹는 사람들에게 묘한 공동체 의식이 피어나며, 동질화의 체험이 나타난다. 마치 태초의 주방장이 마법의 소스와 양념을 넣어 만든 요리가 사람의 마음을 미혹시킨 것처럼,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요리 속에 담긴 시대정신과 문화가 잘 혼합하여 몸속으로 들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는 것이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며 무엇을 먹고 어떤 사람이 될지를 고민하며 음식에 어떤 정체성과 자부심이 숨겨져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처음읽는음식의세계사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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