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
‘수(소) 헬(룸) 리(툼) 베(룸)…’ 이렇게 중얼거리며 화학 원소주기율표를 외웠던 시절, 단순 암기력이 좋았던 나는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않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화학이라는 학문이 암기력에만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는 화학에 대한 흥미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화학과를 고민할 정도로 화학을 좋아했었다. 물론 부전공으로 삼을 기회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융합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외도라는 생각이 들어 수강신청할 때마다 여유가 있으면 화학 관련 강의를 추가하곤 했다. 무기화학의 경우에는 외울 것이 크게 없지만 탄소화합물을 기반으로 하는 유기화학의 경우에는 정말 외울 것이 많아 암기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나처럼 외워서 시작한 화학 공부는 전공도 아니고, 직업과 관련성도 없기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의 상태에 도달해 기억하는 것도 이제는 거의 없지만, 아직도 화학에 관련된 뉴스나 책을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없다. 특히 벤젠 고리가 있는 유기 화합물의 구조식을 어떻게 외웠는데 하며 다시 과거의 열정을 불사를 때도 있었지만 일상의 화학에 대한 소양을 자주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학에 대한 소양은 원자와 분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 예로 이산화탄소(CO2)는 탄소 원자 하나와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화학 구조를 이루는데 대기 중에 안정성 때문에 분자 상태로 존재하는 산소(O2) 보다 무겁다. 그래서 이산화탄소가 발생되는 공간에서는 아래쪽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하고 머리를 바닥 방향이 아닌 천장 방향으로 들어야 하는 일상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이렇듯 화학은 어렵기만 학문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연소에 관련된 지혜만 있어도 캠핑장에서 쉽게 모닥불을 피울 수 있을 정도로 일상과 아주 밀접한 과목이다. 하지만 원소 수준의 지혜가 필요한 경우에는 화학만큼 어려운 과목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유기화합물 구조식을 그릴 때 기계적으로 하기도 했지만 틀렸을 때는 뭐가 틀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다 비슷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수박 겉 핥기 식이 아닌 정확인 이해와 소양을 요구하는 시대이기에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 본질을 구성하는 가장 최소 단위의 수준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원소에 대한 이해이며, 이는 본질의 이해를 시작하는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금을 얻기 위해 연금술을 연마했던 학자들처럼 원소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와 접근이 아닌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의 정확한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하다. 서로 같은 원소라 할지라도 어떻게 결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을 띠는 물체가 되는 것처럼 정확한 이해만이 바람직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