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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r 05. 2024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과학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기

 나는 한때 전공자라는 이유만으로 일상의 모든 것을 과학이라는 렌즈를 이용해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굳이 화려한 수식어나 긴 문장이 없어도 사진 한 장, 단어 하나면 충분히 의미를 전달하고 남을 정도로 핵심만을 알 수 있는 렌즈였다. 굳이 과학의 렌즈로 세상을 봐야 했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내게 가장 편한 도구였으며 내가 생각한 것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내의 대화에는 수식어나 긴 문장이 없었고, 단어 중심의 단답형 대화가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정나미를 느끼지 못할 대화였는데 의미 전달이나 의사소통을 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내가 주로 만나던 사람들이 학과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일상의 표현까지도 과학의 렌즈를 이용하려면 과학의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원리도 모르면서 세상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세상을 그릇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시선은 가치관을 만들고 이 가치관은 관념의 준거이자 틀을 만들기에 어떤 가치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기에 어떤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는 과학의 렌즈가 내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불가 5년의 시간만 사용했지만 내 DNA 속 잠들어 있던 본능을 일깨워 뼛속까지 이과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이과적 사고의 핵심은 ‘WHY’ 사고법으로 왜 그런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물론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은 그 합의에 대해 이해하지만 자연 현상,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는 과학적 관찰에 의해 원리가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에 그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려고 한다. 원리만 알아도 현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며 본질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한한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사람이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보다 더 많은 지식과 지혜, 세상의 이치를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식과 지혜를 이해하고 세상의 이치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의 많은 일이 남아있지만 과학 준거의 틀로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의 본질을 알게 한다.


 본질은 존재의 핵심이자, 존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에 대해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가치관이 전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과학적 탐구에 의한 접근으로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명제(命題)를 발견하는 일이다. 명제는 ‘참’ 또는 ‘거짓’을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 사태’가 포함된 문장으로 과학 준거의 핵심이다.


 가설로 제시된 아직 검증되지 않은 명제 속 참과 거짓을 밝혀내기 위해 실행된 수많은 과학 실험 속에서 인간은 무지의 어둠에서 나와 앎의 빛으로 들어왔다. 아직 그 빛이 충분하지 않지만 최소한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생물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을 이해한다 말하기 어렵기에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성의 원리를 알아야 한다.


 뇌와 심장, 그리고 몸속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과학적 원리라고 습관적으로 말하지만 사실 인간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 작용하는 모든 반응을 통해 신비로운 인간에 대한 접근을 계속한다면 나와 다르다는 색깔이 들어 있는 렌즈가 아닌 객관적 사태가 포함된 과학 렌즈를 통해 보다 많은 것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학 렌즈는 세상과 존재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하거나, 나와 다르기에 몸속의 현상 때문에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을 선물한다. 그리고 이 포용력은 나와 다른 대상을 이분법적 세계관이 아닌 지구의 다양성에서 파생된 동일한 인간임을 알게 해 줄 것이다.


#몹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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