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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r 11. 2024

독서에 美친 사람들

함께 하는 힘과 영향력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의 생명도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의 시간은 부질없을 정도이다. 운 좋게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하면서 많은 일을 경험하고 느꼈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생명의 시간 앞에서 항상 겸손해야 함을 느낀다. 바로 1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생명의 시간 앞에서 겸손한 태도는 인생을 살아가는 가운데 무언가의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이 세상에 없어져도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위대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 <코코>에서처럼 저승에 살고 있는 망자는 이승에서 자신을 기억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살 수 있는 것처럼 나를 영원히 기억해 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엄청난 축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망각이 신의 축복이라는 말처럼 인간은 자연스럽게 망각의 축복을 누린다. 오늘 경험한 일도 내일이 되면 최소한 50%는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되는 인간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이라는 발명을 했으며 문자를 만들어 현실의 일을 미래의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책이다.


 과거 책은 금보다 귀한 사치품으로 왕족과 소수의 귀족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귀중품이었다. 심지어 특정 계층만 읽고 쓸 수 있던 라틴어로 쓰인 책은 운 좋게 소유하더라도 라틴어를 모르는 평민은 읽을 수도 없었다. 소수만을 위해 존재했던 책은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을 통해 자국의 언어로 출간되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용품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책은 더 이상 귀중품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고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에 밀려 고지식하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리 책이 좋다고 한들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과거의 기록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읽어야 가치가 빛을 발휘하는데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모임이 있는데 나도 한두 번 정도 참여했던 양재 나비가 그러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순 무식하게 책만 읽는 <단무지>라는 프로그램에 참석했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매력적인 모임이었지만 거리와 시간의 제약으로 짧은 경험으로 맛보기만 했던 아쉬움이 있다. 그 후로 몇 번 책모임을 알아보고 참여하려고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지속하지는 못했다.


 ‘일만 시간의 법칙’처럼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그때 계속 책모임에 참여했더라만 지금 나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책 읽기와 나눔을 한 사람들은 과거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책의 매력을 뒤늦게 깨닫고 책 읽기에 매진하면서 기초적인 책 읽기 자세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는 보다 높은 수준의 책 읽는 자세를 가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책모임에 참여하려고 준비 중이다.


 처음 책모임에 참여하려고 했던 과거의 상황처럼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느라 바쁘고 시간이 없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맛보기가 아닌 꾸준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혹여 내가 책모임을 통해 만나게 될 사람들이 지난날 책과 관련된 행사에서 만났을지도 몰랐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한다. 처음 만나 사람과 대화하다 우연히 서로 같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치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처럼 책은 묘한 공감대를 느끼게 한다.


 한 예로 <독서에 미친 사람들>에서 나온 서초 구민 회관 대강당에서 진행했던 김승호 회장님의 <생각의 비밀> 저자 특강에서 김의섭 작가님과 내가 함께 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날 이 특강을 듣기 위해 새벽 2시에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직접 운전하여 갔던 열정이 생각나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서초 구민 회관을 가득 채웠던 책에 미친 사람들을 직접 봤을 때 느꼈던 경외심도 떠올랐다.


 책모임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고 책 읽기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하며 앞서 간 사람이 이끌어 준다면 책으로 성장하는 기쁨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순간만 타오르는 성냥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타는 모닥불이 되기 위해서 책으로 이어지는 소통을 하길 원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인생의 문장을 발견한 후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연결하기 위한 시도를 무수히 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면서 점차 개방된 마음과 태도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과 사람에 대해 배우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배워서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겠지만, 배우려고 하는 열정과 노력이 오늘 한 뼘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책을 읽고 나눌 것이다.


#몹글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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