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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r 18. 2024

마음 어디 있어요??

마음, 감정을 담는 그릇

 나는 내향성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사회적 동물로 최소한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뿐, 타인의 선택과 의견은 내 삶의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산다. 하지만 이런 내 성향은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혼자 살기 딱 좋다. 모든 인간의 첫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인 가정에서도 이런 내 성향은 아내와 아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내향성의 힘에 욱하는 성미까지 더해져 나는 어디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지도 않고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군대에 최적화된 아우라를 만들어줬지만 대를 이어 군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직업선호도 조사를 할 때마다 항상 순위에 있던 군인, 농부라는 직업이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믿어왔지만 사실 나에게 딱 맞는 천직이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전역 후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 미래를 신중하게 결정하지 못한 내 책임이겠지만 내향적인 내가 사람들 만나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내 감정을 무너뜨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전하는 나를 볼 때마다 직업 선택의 중요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미 밥벌이가 된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 되었고, 40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가정의 생계를 걸고 해야 할 어쩌면 위험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감정이 상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가족들을 생각해서, 아이를 위해 참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내 어머님도 아버지에게 정이 떨어질 정도로 감정이 상했지만 나와 누나를 생각해 참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정대로 행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임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자신의 감정대로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런 쓸모없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감정을 속이고,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하며 사는 것이 현명한 처세라고 배워왔고 그 배움대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비혼주의자였다. 우리나라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을 넘긴 나이에도 “결혼 안 해도 좋으니, 아무 하고나 결혼하지 마라”라는 어머님의 비호를 받으며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냥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2박 3일 코스의  밀린 잠을 자거나 하루 종일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주말사용법에 최적화된 사람으로 살았었다. 이는 혼자였고 내향성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지만 심각한 연애 실패의 후유증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을 별로 없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었었다. 한 번 좋아지면 간, 쓸개를 다 줄 정도로 주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 믿었는데 30대 초반 한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고 특히 여자의 말은 귀 담아 듣지 않는다. 이 사건은 나의 비혼주의를 강력한 콘크리트 담장으로 보호했고 몇 번의 짧은 연애마저도 생물학적인 남자로 아무런 본능적인 감흥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연인들의 감정싸움은 불필요한 것이라 믿으며 일방적인 소통을 했기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연애에 실패했고 연애의 기쁨을 모르는 연알못으로 살았다.


 이런 나의 과거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극강의 호불호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도 나는 중간이 없어 아내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런 내 성향이 쉽게 고쳐질리는 만무하며 솔직히 고칠 생각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믿는 나에게 나의 성향은 감정의 모태이자, 감정을 담는 그룻인 마음의 모양을 결정하는 힘이다.  다른 사람이 다가올 수 없도록 가시돗힌 감정을 내뿜었던 나의 과거에 유일하게 틈이 생기도록 만든 사람은 아내 한 명뿐이다.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였지만 오랫동안 ‘돕는 배필’의 참된 의미를 알고자 노력했다. ‘helpful spouse’가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던 찰나에 반대를 뜻하는 ‘opposite person’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나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여자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돕는 배필의 참된 정의를 노트에 정성스럽게 적어 놓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돕는 배필의 정의를 찾고자 했던 노력은 그 노트와 함께 내 서제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결혼 후 행복한 생활을 할 것 같은 착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지만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신혼여행에서부터 아내와의 다른 성향에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30년이 넘은 시간 동안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기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여행 가운데 계속 부딪히게 만드는 아내의 언행은 다시는 같이 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맞추고 있지만 아내의 여행 성향은 집돌이인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다. 이런 맞지 않음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약간의 감정적 자유를 느꼈지만 영원한 자유는 아니었다.


  지난주 주말 아내와 단 둘이 데이트하며 나와 다른 아내의 성향과 당시 아내의 표정과 행동은 내려놓았던 나의 감정선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아내가 추천한 모든 감정에 관련된 교육을 받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게 할 정도로 감정을 배운다는 사람이 그런 표정과 행동을 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들게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의구심도 절대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인 내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이겠지만 당시 나의 감정은 그랬다.



 서로 바쁜 평일의 시간을 보내며 대화할 시간도 없었지만 나는 아내와 며칠 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다. 눈치 빠른 아이가 중간에서 온갖 애교로 중제를 시도했지만 내 감정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감정에 관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이런 과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감정코칭 2급 과정 강사님의 허락을 구하고 10회기의 과정을 글로 표현할 것이다. 감정코칭을 배우게 된 계기고 행복하기 위해서였지만 지난주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감사의 일기를 쓰면서 정말 감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반문할 정도로 나의 감정 날씨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내 감정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은 결국 나를 글쓰기의 앞으로 이끌고 나왔다. 격동의 시절인 사춘기 때부터 가장 궁금했던 “마음 어디에 있어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감정에 대한 호기심은 마음이 감정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더 감정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고, 그 감정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음을 최근에야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내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지 않도록 앞으로 내가 선택할 감정에 대해 올바르게 아는 시간을 만들 것이다.


 나를 자유하게 만들 감정, 그 감정을 담는 마음에 따라 내 인생의 행복은 결정될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살고 있는 나에게 감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빠르게 해결해야 할 인생의 과제로 앞으로 내가 내릴 모든 선택 중 가장 우선순위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는 사실 가운데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선택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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