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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r 21. 2024

여행자의 독서

내가 여행하는 이유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아내 덕분에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되면서 매년 선배님과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한다. 주 여행지는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로 겨울에는 홋카이도, 여름에는 오키나와를 가고는 했다. 코로나19 동안은 여행에 엄두를 꺼내지고 못 했지만, 작년 코로나 백신 전자 증명서와 마스크를 준비해서 오랜만에 홋카이도 눈을 보니 너무 좋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환경이 있는 오키나와는 코로나19 시간 동안 부산에서 출발하는 직항 편이 없어져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제 곧 직항 편이 다시 생긴다고 하니 다시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항공사 앱에서 오키나와 항공편을 검색하는 나를 볼 때면 여행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까지 가지 못했던 새로운 곳을 가는 여행보다는 이전에 방문했던 곳을 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내나 주변에도 또 홋카이도를 가냐는 질문에 아직 가지 못한 곳이 너무 많다는 대답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 홋카이도의 숨은 매력이 너무 많다. 유명 관광지로 잘 알려진 삿포로 시내, 비에이, 노보리베츠 등과 같은 곳보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을 좋아하기에 익숙함이 공존하는 낯선 공간을 찾으려고 한다.


 간단한 일본어 외에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내가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주문하는 용기는 이런 새로움을 찾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을 증명하며 여행하는 내 모습 속에는 사전에 알아보고 미리 계획하는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그날 밤 묵어갈 숙소를 제외하고는 무모할 정도로 그날의 상황에 맞춰 일정을 정하는 무계획적인 나를 마주할 때마다 ‘진짜 내가 맞나??’ 할 정도로 익숙한 내가 아닌 낯선 존재를 느낀다.



 이렇게 여행은 내 안에 낯선 모습을 드러나게 한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감추려고 했던 모습들이 봉인을 해제하고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서 무의식적으로 느껴왔던 타인의 시선을 배제하고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나로 인해 나는 낯선 공간이 주는 새로움과 내 안의 낯선 존재가 주는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여행지에서 내가 누리는 신선한 감정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홋카이도의 눈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아내의 허락과 내가 없는 동안 육아에 더 신경 쓰실 아내와 장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여행 전 부정적인 감정과 직장의 스트레스로 가득 찼던 마음속의 찌꺼기를 모두 비우고 갈 생각이라 귀국 후 내 모습이 기대되는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여행의 정체성인 떠남보다는 돌아옴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늘 내게 새로운 숙제를 던져 주는데 내가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며,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함으로 나에게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독서도 여행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석학들의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을 읽노라면 그들의 탁월한 견해에 아무리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함을 느낀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던 일상을 떠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하루를 보내며, 낯선 공간에서 행하여지는 익숙한 행동은 낯섦과 익숙함이라는 양가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서로 반대의 성향을 가진 것이 주는 혼돈은 나에게 또 다른 새로움을 선물한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자 오늘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생명의 단서이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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