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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r 19. 2024

천년의 독서

책의 존재 의미가 내 인생의 존재 의미를 밝혀줄 때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아내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모든 것은 바뀌었다. 단순히 책을 대하는 태도 하나가 변했는데 그 책을 읽었던 나의 삶도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은 책의 세계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책의 세계에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수많은 책이 한 번도 읽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만 있던 내 책장은 책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하고 소장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책은 소장용이 아니라 성장용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존재 의미가 변질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책은 단순히 읽거나 읽지 않거나의 두 가지 선택지가 아니라 읽고 행동해야 하는 필연적 목적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고 책의 내용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그래서 참된 독자라고 한다면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 속의 내용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책의 모든 내용을 삶에서 실천할 수는 없다. 어떤 저자도 이런 이상향을 주장하거나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저자 자신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독자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고 독자의 반응을 기다릴 뿐이다.


 책이 가장 보람되는 순간이 바로 저자와 독자가 서로 반응할 때로 저자의 생각과 주장이 독자에게 전달되어 독자의 것과 서로 융합되어 새로운 생각과 주장이 만들어지는 창조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창조의 신비는 독자의 내면 속 생각의 지경을 넓혀주고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 이것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자 책이 독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책을 읽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생각의 지경을 넓히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다. 특히 지성인이 되고 싶다면 책 속의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답이 없는 질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생각과 경험 속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진리가 오직 나만이 생각할 수 있고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나의 정답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책은 중세 시대 소수의 사람들만 소유했던 지식의 모든 것이며 동시에 귀중품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되었다. 활자 혁명으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자국의 언어로 번역되면서 사람들의 지식수준도 함께 높아졌다. 누구나 도서관에 가면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이런 지식의 평준화로 인해 더 이상 책을 소유하거나 읽으려는 욕심을 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책은 독자를 향해 항상 질문을 던지며 책을 읽고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매번 이런 책의 요구를 외면하고 멀리서 바라보면 단순히 소장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는 책의 존재 의미를 실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책을 읽고 책 속의 내용을 삶 속에서 실천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가 내 속에 뿌리내리고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되어있다.


 <수불석권>이라는 인생의 태도를 가지고 책의 존재 의미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나의 존재 의미를 알게 되고, 그것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하게 된다. 책은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성장 호르몬이자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나를 이끌어주는 가이드이다. 책을 통해 변화된 내 삶이 더욱 가치 있는 의미의 시간이 되도록 집중하고 매일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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