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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r 29. 2024

라이프 이즈 하드

인정하는 순간 소프트해진다

https://brunch.co.kr/@ilikebook/594


 최근 읽은 영국의 공인 심리상담가 안젤라 센의 <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에서 행복은 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내리는 선택에 의해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지만,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불완전한 존재인 내가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근원적인 오류가 있기 때문에 나의 선택 또한 완벽한 행복에 있어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오직

내가 ‘볼’ 수 있는 세계 안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 아이리스 머독


선택의 오류에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하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면 선택의 폭은 더욱 줄어들 것이며, 망각의 축복을 누리고 있는 인간은 이미 알고 있는 세계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잊고 있기에 내가 내린 모든 선택은 절대 완벽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를 위한 선택이기에 나를 행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완벽한 인생도 없다. 하지만 행복은 갈구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기에 행복하자고 노력하는 사람은 행복해진다. 마치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처럼 매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말한다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분명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행복은 선택과 믿음의 문제이지, 당연하거나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 값있게 주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불행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처럼 ‘금수저’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태어나면서 가정환경이나 부모님의 후광에 의해 출발점이 달랐던 사람들은 늘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선천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만족감이 높은 사람은 금수저보다 행복했고, 주변의 문제로 인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나약한 존재이다. 그 누구도 노화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지금 이 순간도 노화의 시계는 흘러가 결국 죽음의 순간을 보여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질병, 외로움, 상실, 부조리와 불공정, 실패 등은 인생의 과정 중 언제라도 맞이할 수 있는 인생의 시련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인생의 시련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시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불행은 행복의 길이 좁다는 것을 증명해 주며,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지만 아무나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한다. 안나카레나의 법칙처럼 누구나 똑같은 이유의 행복과 불행에서 살고 있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맹목적인 이상향만을 꿈꾸거나 타인과 비교를 통해 비현실적인 것을 추구하면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무엇이 문제이며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인정할 때, 인생의 작은 해결책을 서서히 보여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싯타르타>에는 “세상은 쓴맛이 났다. 인생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극심힌 고통이었다”라는 문장처럼 인생은 고통스러운 순간이 넘쳐 난다. 고통 없는 인생이 없는 이유는 인생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고통이 없는 인생을 꿈꾼다면, 빨리 허상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현실이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라 할지라도 내 인생의 한순간이자, 영원할 것 같아 보여도 결코 영원하지 않은 찰나의 순간이다.  이 찰나의 순간이 나를 괴롭게 하고 힘들게 할지라도 인생은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기에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 인생의 전체를 누려야 한다. 찰나의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되듯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견디는 힘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인생은 결코 하드(Hard)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Life is hard / 키어런 세티야/ 민음사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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