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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06. 2024

이번 생은 N잡러

내 시간과 즐거움을 돈으로 연결하기

요즘과 같은 취업난을 뚫고 입사하는 신입사원의 표정을 보면 안도감을 엿볼 수 있는데 그들의 취업 도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난 정말 쉽게 취업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취업 준비를 할 때도 압박 면접, 그룹 면접 등 새로운 면접 방식이 도입되면서 전혀 듣어보지도 않았던 면접을 준비했다. 운 좋게 취업이 빨리 결정되었지만, 20 군데가 넘는 입사 지원서를 썼기에 지원한 회사 거의 대부분에서 면접을 본 경험으로는 면접관도 모르고 나도 잘 모르는 새로운 면접 방식의 수혜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어렵게 입사한 회사도 369의 법칙의 위기와 스트레스 속 퇴사의 욕망을 뿌리쳐도 언젠가는 자의든 타의든 그만둬야 하는 것도 직장인의 숙명이다. 창업주 일가나 오너가 아니라면 평생직장에서 몸담을 수 없으며, 요즘은 오너 리스크도 종종 발생하기에 오너가 사람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영원할 것만 같았던 회사의 영화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일도 있기에 직장인은 회사라는 집단에 영원히 소속될 수 없다.



 최근 영 앤 리치(Young & Rich)나 젊은 나이에 부를 쌓아 빠른 은퇴를 한 파이어족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집단에 소속되어 소속감을 느끼고 자기 손으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해야만 하는 존재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소일거리라도 무엇이라도 해야만 본능적으로 얻어야만 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평생 살고 싶다는 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일 뿐이다.  


 함께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 중 한 분께서 자신의 소원이 N잡러라고 쓴 글을 보고 욕심 많았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귀가 얇은 사람으로, 누가 좋다고 하는 것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적성이나 관심과는 상관없이, 외부의 기준과 타인의 생각을 통해 시도한 수많은 일은 나의 본질적이 즐거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만족시킬 수 없는 시도일 수도 있는 것이 내가 진정 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은 운 좋게도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하며 즐거움을 누리며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바로 내가 진정 원하는 책 읽기이다. 항상 내 이력서 속 취미라고 쓰인 공란에 적힌 독서라는 유희를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며 즐기고 있다. 단순히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무엇과 연결하며 거대한 지경을 만들고 있는데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아직 초보 수준이라 다른 사람을 가르치거나 수익형 콘텐츠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그런 순간도 올 것이라 믿는다.



 책 읽기는 본업을 제외하고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이자 기쁨이다. 한때는 왜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는지 질문을 종종 받기도 했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서 쓴 나의 글을 보고 이런 질문받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책은 나의 생각 도구로, 저자가 던질 수많은 질문 모두에 대답할 수는 없지만 나의 영감을 일깨운 질문에는 극렬한 반응을 하며 나만의 생각과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번 생은 N잡러>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 때는 ‘틈’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문장에서 책 읽는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까지 나는 틈을 매우기 위해 노력했지, 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있는 틈도 매우려고 혼신의 노력을 했던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문장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앞만 보고 달렸던 작년의 경주마와 같은 나의 행동을 반성한다. 눈가리개 틈새로 본 작은 세상이 전부로 착각했던 어리석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시도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고,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는 노력을 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번 생은 N잡러 / 한승현 / 매일경제신문사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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