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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05. 2024

나를 움직인 문장들

인생의 방향을 문장으로 남겨라

40여 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 더 열심히 공부할 걸, 친구들이랑 노는 시간에 책 한 권이라도 더 볼 걸 하는 후회를 해 보아도 결과는 바꿀 수 없는 이미 흘러 버린 과거의 잔재이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그것이 나의 과거라는 사실만큼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자랑스러운 순간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순간도 모두 나의 시간이자 과거이며 동시에 내가 남긴 흔적이다.  나의 과정을 부정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 그 무엇도 아닌 내가 된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 정도의 부끄러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세상 사람 모두에게 알리고 싶을 정도로 자랑하고픈 일도 있기에 내일의 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유한하다. 심지어 방금 했던 일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기에 기억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흔적은 아무런 영향도 의미도 없는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흐린 순간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흐린 상태는 점점 옅어져서 투명해질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기억에 의존하는 행동은 그 결과가 뻔하기에 기억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매일 삶의 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될 흔적들과 함께 동거하는 체득화의 방법이다. 몸이 기억하면 무의식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로 내가 원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은 몸에 새기고 마음에 새기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거저 얻는 인생은 없듯이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게 오지는 않는다. 황금을 찾아 헤매던 탐험가처럼 목숨을 걸고, 황금 찾는 일에 모든 것을 올인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혹여 내가 모든 것을 걸었음에도 아무것도 얻지 못할 상황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걸어야 하며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매일의 흔적을 글쓰기를 통해 남긴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준의 명문은 아니지만 매일 새벽 고뇌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나만의 문장이다. 이 문장은 내가 썼지만 책을 쓴 위대한 작가의 생각과 문장을 훔쳐 재탄생한 문장으로, 그들과 동일시되고 싶은 나의 욕망이 반영되고, 나도 그들처럼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투영된 나의 흔적이다.  처음부터 잘 쓰지 못했고, 지금도 잘 쓰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글쓰기를 한다.


 헤맨 시간도 많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책 속의 두 문장이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정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요동친다. “헤맨 만큼 자기 땅이 된다”이란 문장과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문장은 어두운 밤,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장에서 빛나는 북극성과 같은 존재가 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아닌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 준다.


 문장으로 남긴 나의 흔적은 고스란히 기록되고, 축척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흔적으로 과거의 나와 마주한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만나기 위해 부단히 하루의 흔적을 만들고, 기록할 것이다. 나를 움직인 문장은 나를 행동하게 만들어, 나의 미약한 움직임이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도가 되는 마법의 순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나를 움직인 문장들 / 오하림 / 샘터사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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