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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08. 2024

감정과 뇌과학, 청소년의 뇌발달

감정은 가슴이 아닌 뇌에서 나온다

 요즘 아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 하나 있는데, 아이에게 “사춘기가 온 것 같다”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아직 조금 빠르다고 느끼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제1차 성징을 겪은 아이에게, 제2차 성징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 어린아이로만 보이기에 조숙한 발달은 부모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아이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의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어서 아이의 의도를 종종 묻고는 한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나이에 걸맞은 이유를 말하지만 가끔 성인인 내가 들어도 깜짝 놀랄만한 이유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보면 아직 성장하지 못한 아이의 내면을 가지고 있는 성인도 있기에 아이한테 사춘기가 온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 아이도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행동을 할 뿐이며 설령 사춘기가 왔다 하더라도 그 시기가 조금 빠를 뿐 이상한 것은 아니기에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아이가 어떤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는 대화를 자주 하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혀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한다.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려는 노력과 아이의 말에 경청하는 것이다.


 아이는 청소년의 뇌로 발달하는 시기이다. 나의 청소년 시기를 되돌아보면 지금과 다른 시대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춘기보다는 급작스럽게 나타난 몸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부끄럽고 수줍은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 누구도 나에게 부끄럽고 수줍은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특히 남중, 남고를 졸업했기에 동급생이나 선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외부의 변화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내부의 변화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것이 나의 청소년기에서 가장 아쉽고 되돌리고 싶은 점이지만 현실을 잘 알기에 아이의 내부 변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춘기의 특직정 행동은 주로 호르몬 때문이다 “라는 질문에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생물학 전공인 나조차도 틀린 단순하지만 위대한 질문이다. 정답은 ‘아니다’이며 사춘기의 특징은 호르몬이 아닌 뇌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주로 자기주장과 고집을 반영하는 것도 뇌 때문이며 그들의 산만한 행동은 교정의 대상이 아닌 공감과 감정적 접근이 필요한 대상이다. 그래서 사춘기 청소년을 위해서는 뇌 과학의 전반적인 부분을 이해해야 하고, 특히 뇌 발달 단계에서 시기별로 필요한 점을 알고 대응해 줄 수 있는 부모이기 전에 먼저 그 시기를 지나온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이 필요하다. 잔소리와 조언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처럼 잔소리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말해주고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뇌는 인간의 장기 중 가장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장기로 유인원 중에서 가장 크고 무겁다. 인간의 뇌는 태아 때부터 생명 유지에 필요한 부위인 뇌간이 먼저 발달한 후, 10세를 전후해서 감정과 관련된 변연계가 발달하는 두 번째 성장기를 맞이하고 19세 시기에 마지막으로 이성과 사고 작용에 관여하는 전두엽 부위가 발달한다. 이런 뇌의 발달 과정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아이는 사춘기보다는 감정과 관련된 변연계 부위가 발달하는 두 번째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뇌의 발달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뇌의 3층 구조>에 대한 내용을 숙지한다면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본질적으로 청소년의 뇌와 성인의 뇌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때마다 “변신하는 순간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로봇이나 동물도 변신하는 순간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청소년의 발달 과정에 접목시켜 보면 두 번째 뇌 성장을 하는 이 시기에 예민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큰 소리로 혼내거나 나무라는 것은 아무 소용없고 오히려 감정이 소통되는 것을 막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특히 ‘감정의 홍수’를 일으켜 아이도 모르게 파충류의 뇌로 돌아가게 만들어 감정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혼날 때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면서 아이를 훈육할 때도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예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녀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 아내는 갱년기의 시기를 겪고 있는 집의 상황을 언급하며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한 출연자가 누가 가장 센가를 질문할 때 진행자는 물론 출연한 모습 사람의 이목이 집중됨을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가 힘들다며 서로가 폭발 직전의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조심한다며 위험한 질문에 현명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았다. 이런 상황 속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집에 있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니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가족구성원으로 교류하지 않을 수 없기에 서로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대화를 해야만 한다.


 대화는 서로 다가가는 대화, 멀어지는 대화, 원수 되는 대화로 구분되는데 다가가는 대화가 마음을 여는 대화이며 멀어지는 대화와 원수 되는 대화는 마음을 닫는 대화이다. 따라서 관계의 힘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여는 대화인 다가가는 대화를 해야 한다. 상대의 말걸기에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우호감을 증진시키는 대화가 바로 다가가는 대화이다. 경청과 공감을 통해 더욱 소통되는 다가가는 대화는 구어적 방법과 비구어적 방법으로 사용하여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전달할 수 있다. 상대의 감정을 단정하지 말고, 먼저 질문해서 감정을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사춘기의 시기가 올 것이기에 감정코칭 2급 과정을 통해 아이와의 험난한 대화를 준비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절대 아이에게 큰 소리로 호통치지 않고, 먼저 아이의 감정이 어떠한지 물어보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 급격한 신체 변화에 놀란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아이의 감정을 세워주는 순간이 될 것이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겪는 힘든 시가를 아이는 힘들지만 자신의 방법으로 지혜롭게 성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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