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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16. 20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동네책방에 끌리는 이유

 내가 어릴 적에는 동네마다 작은 서점이 참 많았다. 학교 앞에 꼭 있는 문방구처럼 없어서는 안 될 가게였지만 요즘은 이런 서점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다. 최근 아내의 회사 근처 30여 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온 동네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던 아내를 생각하니 동네 서점의 매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아이와 함께 몇 번 갔었는데 책을 팔려는 모습보다는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장님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이런 것이 동네 서점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이다.


 결혼 전 내가 가장 자주 갔던 놀이터는 백화점의 한 층을 다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서점이었다. 주말이면 늘 백화점 문을 열 때 들어가서 백화점 문을 닫을 때까지 책을 읽고, 음악도 듣는 등 이곳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이때를 회상할 때마다 아쉬운 것은 책을 읽고 글을 썼다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이다. 너무나 아쉽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이때가 생각날 때마다 아쉬움만 더할 뿐이다.


 이런 대형 서점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지금은 백화점 다른 건물에 다른 브랜드의 대형 서점이 들어왔지만 예전과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으로 옮겨간 그 대형 서점을 갔지만 첫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예전처럼 나를 사로잡지는 않는다. 아이와 함께 이곳을 오면 아이는 눈이 돌아가며 무엇부터 구경을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지만 나는 추억 속 나의 놀이터를 떠올리며 세월의 흐름을 야속하다고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놀이터가 사라져 시린 마음을 위로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가족 여행 중 만난 제주도의 작은 책방이었다. 현무암이 쌓인 돌담 사이에 보이는 정말 작은 책방은 눈에 잘 띄지도 않았지만 문을 열기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보였다. 입장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작아서 사람들을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였기에 나중에 방문하기로 했다.


 근처 산책 후 다시 갔을 때는 문을 닫아서 책방을 구경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경쟁력 있는 책방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동네책방이 가장 많은 곳이 제주도이며,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가 있는 공간에서 동네책방이 많은 비결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는 미래 사회의 특징과 아주 닮아있다.


 어떤 동네책방은 그림책만 취급하고, 다른 동네책방은 영어원서만 취급하기에 독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동네책방을 골라가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팬층이 형성되어서 일부 독자들에게는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심지어 저자와의 만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동네책방까지 있어 책을 쓴 작가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 원하는 독자는 이런 동네책방에 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거리가 멀다면 근처에서 1박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동네책방을 방문한다.



 물론 나에게도 이런 동네책방이 있다. 책방 주인과 아는 사이기도 하지만, 나의 카렌시아라도 인정할 정도로 책방에 갈 때마다 편안함을 느끼고 온몸을 떠돌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곳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문을 여는 곳이라 자주 가지 못하지만 늘 마음속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 곳이다. 해운대 백병원 인근에 있는 <그림책방 dear>이란 곳인데, 가끔 주인장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문을 열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이런 점이 동네책방의 매력이라 생각하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스마트폰 앱에 동네책방의 위치를 저장해서 주말 나들이나 여행을 할 때 이곳을 지날 기회가 있으면 한 번쯤은 방문하고 싶은 곳이 동네책방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동네책방이 몇 군데 있어서 근처에 있는 곳부터 하나씩 방문할 예정이다. 일단 부산 교대역 근처에 있는 <책과 아이들>이란 동네책방부터 갈 생각이다.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길 것만 같은 동네책방을 갈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요동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 이춘수 / 사계절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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