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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14. 2024

밑줄 독서 모임

내가 책을 읽을 때 다시 밑줄을 긋는 이유

 나의 독서 생활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질문이 “어떻게 하루에 한 권 책을 읽을 수 있어요??”인데 딱히 질문하시는 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답한다. 나도 처음에는 하루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예전 독서가 취미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면서 정작 책을 읽지 않았던 과거를 반성하면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변하고 싶었다.


하지만 2년 전 이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책장을 책을 전시하는 용도로만 사용했기에, 책을 버릴 요량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써서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111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했다.  이런 절반의 성공이 완성된 성공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했고, 이런저런 핑계와 자기 합리화로 111권의 책만 읽었던 때와는 달리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핑계와 자기 합리화를 줄일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면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내 도전을 선포하면서 일 년 365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했고 운 좋게 예상보다 일찍 성공할 수 있었다. 결코 나를 알리고 자랑하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 책에 대한 나의 자세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으며, 죽을 때까지 글쓰기를 하기 위해 글감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나보다 더 뛰어난 작가님들의 생각과 문장을 훔치기 위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지금까지 약 600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책 표지 첫 부분만 읽고 더 이상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책은 <밑줄 독서 모임>이 유일하다. 단 두 문장으로 구성된 표지는 책의 모든 것을 함축해 독자에게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전달하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첫 표지를 읽고 책을 덮고는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책을 읽기도 전에 내용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릴 적 책을 읽기 싫어했던 내가 자주 했던 꼼수이다.



 세바시 북클럽 교육을 받고 책 모임에 관찬 책을 여러 권 빌렸을 때 <밑줄 독서 모임>은 대여 권수 초과로 빌릴 수 없었다. 책 모임 관련 책을 여러 권 빌렸기에 별 아쉬움 없었는데, 도서관을 갔을 때마다 대출 중이었던 인기 도서라서 꽤 오랜 기간 대출할 수 없었다. 지난 금요일 도서관에서 운 좋게 대출해서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 서문에 나오는 내용을 읽다가 <밑줄 독서 모임>의 저자 여희숙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날일달월’이란 책방을 네이버 지도 앱에서 검색해서 저장하였다. 서울에 출장 갈 기회가 있으면 겸사겸사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에 저장하고 가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서울에 있어서 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꼭 한 번 방문해서 여희숙 작가님의 어떤 분인지 알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가족 나들이 온 경주의 한 호텔 로비에 있는 ‘경주산책’이란 북스토어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 책방>이란 책을 읽다가 ‘날일달월’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돛을 정도로 전율이 흘렀다. 내 인생 단어인 ‘연결’이 내 눈앞에서 펼쳐진 순간으로 여희숙 작가님도 ‘힐링스쿨 황성수 박사님’의 현미식물식을 하시는 채식주의자였다.


 무엇에 홀린 듯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을 단 숨에 읽은 후 방에 올라와서 <밑줄 독서 모임>을 다시 읽으니 마치 여희숙 작가님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북클럽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롤 모델이 생겼다는 기쁨과 그분의 행적을 따라 하면 되겠다는 안심이 된 마음이 북클럽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 주었다.



 나는 책에 밑줄을 긋거나 낙서를 하지 않고 최대한 새 책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책을 읽는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면서 읽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에 메모나 밑줄 긋는 것을 금시기 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에 밑줄을 그을 수 없지만,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필사를 하거나 메모하여 꼭 기억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 구매한 책이나 소장한 책을 읽을 때는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어볼 계획이다. 이런저런 독서법을 적용해 보면서 다양한 독서 경험을 하며 ‘책 읽는 몸’을 만든다면 블로그 세계에서 몇 번 마주쳤던 일 년 500권의 책 읽기를 하는 고수와 같이 다독가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이 읽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독을 통해 나에게 맞는 책을 구별하는 능력과 한눈에 들어오는 가독성을 키워서 책을 정확하게 읽는 훈련을 지속할 수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기로 다짐한 이상 매일의 책 읽기는 더 이상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변해간다.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이 삶의 운동력이 되어 나를 꿈의 방향으로 이끌어 감을 느낀다.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즐거움으로 하는 책 읽기가 이제는 밑줄을 긋고, 문장을 필사하며 몸으로 기억하는 책 읽기가 될 때 내가 말하는 작가의 생각과 문장을 훔쳐 오롯이 나의 문장과 생각으로 변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밑줄 독서 모임 / 여희숙 / 사우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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