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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25. 2024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교양으로 채우는 삶의 여백

 나는 어릴 적부터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면서 아는 것에 집중했다. 그 한 예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매일 보면서 상식을 쌓았다. 심지어 군 복무를 할 때도 육군포병학교의 슬로건인 ‘알아야 한다’의 지휘 아래,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는 것에 집중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SKY 출신이 아니며, 얼차려를 받아 가며 몸으로 익힌 포병 지식과 기술은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아는 것에 집중했던 삶은 스쳐 지나가는 열병과도 같이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배움들이 전혀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다. 왜 배워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시키니까 했던 수많은 것들이 쓸모 있던 때도 있었고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몸으로 익혔던 지식과 기술이 자동반사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반복적으로 행동했고, 내면 깊은 곳 무의식의 세계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내 몸은 배움을 향한 모든 시도와 혼연일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배우는 것을 좋아하며, 배움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시도하며 하나라도 배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배웠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배운 것을 망각하기도 하고 때론 감정에 휩쓸려 이성적인 행동이 아닌 지극히 감정적인 행동과 말을 할 때도 있다. 특히 운전을 할 때도 나도 모르게 나오는 교양 없는 말을 할 때, 나는 진정 배운 사람인가라고 자책하는 경우도 있다.


 표준어규정 제1장, 총칙의 1항을 보면 “한 나라의 표준으로 정한 말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한다”라고 표준어를 정의한다. 따라서 표준어로 인정받으려면, ‘교양 있는 사람-현대-서울말’이라는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말을 쓰면 교양 있고, 사투리를 쓰면 교양 없다는 것은 아닌 것처럼 교양 있다는 표현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어왔고, 지금도 있다. 이 논쟁의 쟁점인 교양이란 단어의 뜻이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라는 것을 살펴본다면  서울말과 사투리의 논쟁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교양이라는 것은 품위이자 지식이다. 품위와 지식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품위 있게 행동해야 품위 있어지는 것이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이상의 노력과 시도를 해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교양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닌 나의 노력에 의해 힘겹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일상이 아닌 삶의 허기를 느낄 때이다. 왠지 모르게 공허한 것 같고, 왜 사는지 그 이유를 모를 때,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비어 있음을 느낄 때 삶의 허기를 느낀다. 삶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는 빙산의 일각이 아닌 수면 아래의 빙산을 보는 힘이 필요하다.


 특히 삶이 허기질 때, 그 허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지성에 있으며, 지성만이 무기가 되어 삶의 허기에서 오는 궁핍을 해결해 줄 것이다. 다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문장의 의미를 살펴보면, 일상을 지식과 품위로 채우려는 노력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삶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 지식 브런치 / 서스테인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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