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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30. 2024

행사에 진심

행사를 기획, 준비 진행, 정리하다

 최근 회사에서 단합대회 성격의 행사를 무사히 마치며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진행했던 일을 경비까지 마무리하면서 최종적으로 끝났음을 선포했다. 다시는 안 해야지 마음속으로 외치며 행사에 진심인 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남들이 다 하고 싶지 않아도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던 이유는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았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했는데 이번 행사는 정말 하루하루 너무 힘들게 준비했다. 심지어 즐거운 마음이 아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준비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잘 될 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최악의 행사가 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간중간 들리는 이야기 중 "행사가 개판될 것 같다"라는 말이 더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회사에는 내가 앞에 나서서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내가 행사를 좋아하고 즐거워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심지어 말 수도 적고 과묵해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자격증이 있는지도 내가 먼저 말하지도 않고 자랑하지도 않아서 나를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특정 사람들은 그 사람의 취향이나 무엇을 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에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


 처음에는 그런 오해를 풀고 싶기도 했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하는지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도 딱히 그들의 개인적인 생활에 관심이 없고,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나 평가를 하지는 않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것에 입을 대거나 평가를 하는 것은 한 마디로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르면 알려고 노력해야지, 모르면서 말하고 평가하는 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이다.


 며칠 전부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새벽 2시에 잠에서 깼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평소 루틴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잠들었는데, 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난 것은 분명 내 안에 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사 준비하는 것을 즐길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 행사 준비는 자원한 것을 정말 후회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하고 싶은 의욕이 점점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행사가 코앞인 시점에 못하겠다고 선포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자 함께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몹쓸 짓이었기에 꾹꾹 참으며 예상하지 않았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하나씩 수정하였다.  직장인의 비애 중 하나인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하는 것처럼 하기 싫어졌어도 모두를 위해서 해야만 했다. 세상에 좋아하는 일만 하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서 행사 준비에 집중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새롭게 알게 된 후배와 함께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주를 주는 것보다 조금 어설프고 잘하지 못해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해서 몇 개의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했다. 몇 번의 회의를 통해 시간 계획표를 만들고, 각 시간별로 점검해야 할 것들과 준비물, 예상되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나름의 준비를 하였다.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행사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병행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존의 업무에 행사 준비하는 일이 추가된 것인데, 일은 일대로 하고 행사 준비는 행사 준비대로 해야만 하는 일이 배로 늘어난 격이다. 하지만 나는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진행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자원해서 한다고 말했다. 회사 사람들은 모르지만 레크리에이션 1급 자격증도 있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모임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더 신기한 것은 아버지도 나처럼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잘하고 좋아하셨다는 점이다. 내 입장에서 보면 아들이 아버지를 닮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성향까지 닮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은 아니다. 어릴 적 무심코 보았던 아버지께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나처럼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신기하게도 35년 전 아버지의 모습과 닮은 지금의 나는 행사에 진심이자, 행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행사를 사랑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행사는 네 가지 단계를 통해 준비한다. 첫 번째 계획 단계로 행사의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지 구상한다. 맛집 탐방, 낮술 등 행사 콘셉트를 잡기 전에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개개인의 취향을 모두 반영하긴 어렵지만, 각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한 단계이다.


 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참여도가 낮은 설문조사는 큰 의미가 없기에 내가 콘셉트를 잡고 사람들에게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계획이 아닌 만족도가 높은 계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100% 만족하는 행사는 존재하지 않기에, 최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행사를 계획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준비 과정으로 행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도 항상 모든 내용을 메모하면서 가장 좋은 것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분 단위 시간 계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분 단위 시간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역할 분담인데 한 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어서 모두가 함께 하는 협업과 각자 맞은 일을 하는 분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번 행사 때도 철저하게 준비한 계획표에 따라 했었기에 행사 때 사용할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서 예상했던 시간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어 세팅하는 시간이 없어졌지만, 미리 준비했던 플랜 B를 통해 행사 준비에 대응하면서 부족했던 시간을 채웠고 행사는 큰 문제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


 이전에 진행했던 행사보다 인원수가 많아 통제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잘 따라줘서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정해진 시간에 맞게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이것이 준비 과정의 힘이자 행사의 성공을 좌우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진행 단계로 행사를 여러 번 진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전문적인 행사 진행자가 있다면 무난하게 행사를 연출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기에 보조 진행 업무부터 하나씩 하면서 경험을 쌓고 메인 진행까지 하는 경험을 한다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안 해보았기에 못하는 것이지 못해서 안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부족해도 자주 하다 보면 어느새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정리 단계인데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단계이다. 아무리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행사장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행사는 결코 좋게 마무리될 수 없다. 처음 왔을 때처럼 똑같이 만들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만들 수 있는 정리의 힘이 최종적으로 행사를 끝낼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때는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단합력이 필요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힘의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네 개의 단계를 통해 행사를 계획-준비-진행-정리하면서 이번 행사도 별 탈 없이 잘 마쳤다. 경비 정리를 하면서 작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준비 과정상 어느 정도 계산하며 경비 사용을 조절했기에 큰 차이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꼼꼼하게 예산 내역을 작성해서 1원 한 장도 틀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중간 예산 내역과 사용금액이 맞는지 확인했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아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알게 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는 간섭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년 행사를 한다면 이번처럼 내가 먼저 자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굳이 내가 나서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행사에 진심인 내게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소수만이 원하는 것을 하는 행사를 준비하라고 한다면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최소한 참여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행사를 하는 것이 내가 행사를 하는 목적이자 이유이다. 또 어떤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목적을 가지고 행사에 진심인 것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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