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May 24. 2024

그곳에 가고 싶다, 부산현대미술관

새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

 나의 출퇴근 경로는 부산현대미술관을 지나가는데 한 번쯤 가봐야지 생각하면서도 10시 개관, 오후 6시 폐관의 일정으로 운영되기에 부산현대미술관을 방문하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어제 큰 맘을 먹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그동안 별렀던 부산현대미술관 방문을 했는데 미루었던 것을 했다는 성취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고작 미술관 방문하는 것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쓴 글에서 꼭 한 달에 한 번은 미술관에 가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동안 지키지 못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했다는 것이 남다른 의미가 있고  늦었지만 지키려고 노력했고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예술에 문외한인 내가 미술관을 방문한다는 것이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내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작가의 창작 의도나 전시 목적조차 모른다 할지라도 이름 모를 작가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을 본다면, 내 안에서도 예술혼이 불씨가 타오르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다.



 부산현대미술관에는 <능수능란한 관종>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전시관에 들어가기 전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쿵 THUMP>이라는 작은 전시였다. 도장을 주제로 하는 전시였는데, 한때 나만의 도장을 만들어 책이나 다이어리에 찍었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당시 나는 내 물건에 대한 표식으로 도장을 사용했는데 도장이 찍힌 것만 보아도 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회사에서도 전자 문서를 사용하기에 도장을 찍을 일이 거의 없지만, 결재를 받기 위해 눈치를 살피며 기다렸다가 부장님의 도장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수고했다’ 이 한 마디에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쿵’이라는 단어는 도장을 찍을 때마다 나는 소리로 마치 도장을 찍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도장의 기원은 고대 왕들이 착용하고 있던 반지를 이용해 인장처럼 사용했던 것을 시작으로 하는데,  문서나 표식을 해야 하는 대상에 도장을 찍어서 그 중요성의 흔적을 남겼다. 가문의 문양이 들어 있는 도장만 보아도 이 편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도장은 분별하는 힘을 가졌고, 도장이 찍혔는지 안 찍혔는지에 따라 문서의 진위를 가릴 수 있었다.



 비치된 안내 책자를 이용해 순서대로 도장을 찍으며 도장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의 이야기를 보며 관람을 했고 역 20 여개의 도장을 찍으며 전시물을 살펴보았다. <쿵 THUMP> 관람을 마치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능수능란한 관종>에 대한 전시를 보았는데 선 듯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작가의 창작 의도를 느끼기 위해 집중해서 관람하였다.


 나도 가지고 있고 쉽게 볼 수 있는 캐리어로 만든 작품을 보면서 작가만의 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지금 당장 이 빨간색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불타올랐다.  수많은 전시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마코 섹션에 있던 것인데, 거의 대부분이 여백이고 정중앙에 작은 사진 하나만 있는 작품이다.


 나는 시력이 나쁘지 않지만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가까지 다가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운데 사진이 너무 작아서 나를 작품 속으로 끌어당긴다. 지나가는 사람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관종처럼 관람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출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관종 다운 작품이었다. 한 행사의 테이프 커팅을 하는 사진을 이렇게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신선하고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느꼈다.



 미술관 이곳저곳을 다니며 전시물을 관람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머릿속을 정화한다는 기분이 들었고, 내가 주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런 것이 예술의 세계이자 창작의 에너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미술관에 방문해서 이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야외 공원인데, 맑은 날 하늘을 올려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전시를 볼 수 있다. 바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인데, 푸른 도화지 위에 움직이는 비행기로 착각할 정도로 부산현대미술관과 김해국제공항이 만든 작품이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이카루스의 욕망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합쳐져 계속 하늘을 올려다보게 한다.


 하늘을 올려다본 지가 언제인지 떠올려 보며 가끔 이렇게라도 하늘을 보며 새로운 욕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지쳤을 때 이곳에 서서 푸른 하늘과 창공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 마치 내가 기장이 되어 하늘 위를 나는 듯한 착각에 빠져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이곳에 방문해서 예술은 잘 모르지만 내가 경험하는 공간의 느낌과 의미 부여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것이다.


#부산현대미술관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원시인의 삶 따라 하기, 종합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