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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4. 2024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수고라는 이름의 대가 지불

 나는 평소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기 위해 생활 패턴까지 바꾸며 책을 읽는데 혹여 시간이 없더라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 지 2년째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고 책을 읽지 않았던 지난날을 살펴보면,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다독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야 나에게 맞는 책이 무엇이고 작가가 전하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준점을 1,000권의 독서로 정했다.


 딱 절반의 목표를 달성한 지금, 앞으로 남은 다른 절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은 동시에 글을 쓰기 위함이며, 반대로 쓰는 것은 동시에 읽기 위함이라는 것을 느꼈기에 읽기와 쓰기를 따로 구별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극명하게 서로 다른 행위라고 여기지만 본디부터 하나였던 읽기와 쓰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쓰기의 효능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검증된 바 있어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쓰기는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 혼자만의 읽기와 쓰기도 중요하겠지만 책을 쓴 저자가 가치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자가 필요한 것처럼 소통하는 읽기와 쓰기가 더 중요하다. 자신만의 생각에 그치지 않고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로 변하는 소통의 멋을 알아야 한다.



 김지원 작가님은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책에서 “평소에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감금되어 있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혼자만의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자신의 세계에 고립될 수 있는데, 전혀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미 고립되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그 세계의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태초부터 인간은 혼자만의 존재가 아닌 함께할 때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읽기와 쓰기가 함께 할 때 더욱 온전함으로 빛나는 것처럼 저자도 독자와 함께 할 때 저자의 온전함이 빛나며 가치를 발휘한다. 독자들에게 외면당한 책은 팥이 없는 붕어빵처럼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가치를 상실하며 존재의 의미까지도 퇴색되어 버릴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한들 그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다면 명서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것처럼 일단 읽어야 어떤 일이라도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문장처럼 책을 읽기 위해서는 한 장이라도 읽어야 하며,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써야만 글이 쓰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엇인가 되기를 바란다면 그 마음이 바로 요행이며, 글쓰기와 책 읽기 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나지도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읽고 싶다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어야 하고, 쓰고 싶다면 어떤 도구를 사용해도 좋으니 무엇이라도 써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수고’라고 표현하며 나는 대가 지불이라는 표현으로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누릴 수 있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것도 일종의 수고가 될 수 있겠지만, 현실로 이루어지기에는 너무나 작은 확률도 1등의 여부가 결정된다.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에 의지하기보다는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도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하지만, 책을 읽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우선 책을 읽어야 한다. 빠른 속도와 영상 콘텐츠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현대에 문자로 된 텍스트를 통해 전달되는 느림의 콘텐츠가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다 할지라도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역사 속에서 선택받고 선택된 읽고 쓰는 행위는 미래의 근간이 되는 가치이다.


 읽기 위해서는 단어의 뜻과 문법, 문맥에 따라 해석할 줄 알아야 하며 특히 문해력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문해력이 강조되는 시대라 할지라도,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와 공감의 힘이 없다면 망망대해의 무인도처럼 보이지 않는 고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문해력은 해석이 아닌 문맥과 상황일 파악하는 힘으로 수고로움의 대가 지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위대한 힘이자 책이 만든 세계에서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이 문해력이란 도구를 소유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용하며 타인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자세로 소통한다면 내 안의 생각과 감정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과 결합하여 새로운 무엇인가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움이 미래에 주목받게 될 가치임을 안다면 책을 읽어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깊고 깊은 땅속에 묻힌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다이아몬드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때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삶의 태도이다.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때까지 한 우물을 파며 깊은 지식의 세계로 들어갈 때 내 안에도 지식과 지혜가 넘쳐날 수 있음을 믿는다. 이 믿음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나는 분명 가치로운 다이아몬드를 품은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김지원 / 유유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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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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