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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06. 2024

오키나와 여행 1일 차

가보지 못한 곳을 가며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는 시도

2018년 6월 이후 6년 만에 방문하는 오키나와,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바로 렌터카를 수령하러 갔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렌터카 셔틀버스 타는 곳을 찾지 못해 조금 헤매다 홋카이도 여행을 할 때마다 이용했던 타임스 카 렌타의 노란색 버스를 보고 바로 탑승해서 렌터카를 수령했다. 오키나와의 날씨는 맑고 화창했으며 제주도보다 더 아래 있지만 습하지는 않아서 좋았다.

 선배님과 둘만 여행하는 것이라 마즈다 3이라는 소형차를 빌려 짐을 싣고 나하공항 인근에 있는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딱 2시간만 문을 여는 <텐토텐>이란 전통 소바 집으로 향했다. 너무 작아 찾기 어려웠지만 하루 점심 2시간만 먹을 수 있는 오키나와 전통 소바를 먹기 위해 열심히 지도를 보며 찾았고 일본에서는 매우 드는 무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어 더 찾기 어려웠던 입구 문을 열고 나무로 된 거실을 지나 반 층 아래에 있는 자리에 앉아 기대했던 소바를 주문했다. 소바와 주먹밥, 커피 외에는 다른 메뉴가 없는 이곳은 가정 식당으로 부부 사장님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주문할 때 사장님께서 나를 유심히 보셨는데 계산을 할 때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셔서 한국인이라 하니, 일본 사람이 영어를 사용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지만 일본에서도 외국인인데 한국인이 아닌 다른 외국인으로 오해받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아내는 늘 출국할 때면 꼭 내 앞에서 수속을 하고 내가 수속받는 것을 관찰하는데, 나는 출국 수속 과정에서 반드시 걸리곤 한다. 과도한 충전 케이블이 있어서, 보조배터리의 개수와 배터리 용량을 확인하기 위해 등 수많은 이유로 확인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일본인으로 오해받은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불의의 화제로 전소되었다가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류큐 왕국의 상징, 슈리성으로 향했다. 한때 한국인의 소행이라는 루머가 퍼져 한일 감정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복원이 되고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류큐 왕국은 유구국으로 불리며 조선시대에도 교류를 하는 등 우리나라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나라이다.


 심지어 고려 삼별초가 오키나와에 와서 류큐국을 건국했다는 추측하기도 하고 홍길동전의 율도국이 유구국이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와 역사와 아주 연관이 깊은 곳이다. 이뿐만 아니라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오키나와에서만 서식하는 조개로 만든 국자가 발견되어 아주 오래전부터 한민족과 교류하며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해상 무역의 중심지로 활약했던 류큐 왕국은 1872년 일본에 합병되면서 일본의 영토가 되었다.



  슈리성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일부 공간은 유료 관람을 하는 곳도 있어서 무료 관람만 하고 지난 3월 홋카이도 여행 때 알게 되었던  Super sports Xebio 기노완점으로 향했다. 일본 전 지역에 있는 스포츠 용품점으로 야구와 배드민턴을 즐기시는 선배님만의 시간을 위해 방문했고 나도 덩달아 야구와 농구 용품을 구경했다.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배구 등의 코너도 있어서 부러웠고 특히 러닝화로 유명한 아식스라는 브랜드에서도 농구화 모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스포츠 용품을 구경하며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 오클리라는 브랜드도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상품을 보니 지금도 미군 군납품으로 사용되는 오클리의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미군 기지가 많은 곳이기에 미군의 취향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과거 오클리를 좋아해서 선글라스부터 가방, 신발까지 힘들게 구매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오키나와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아라하 비치로 향했다.


 

오키나와는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스노우쿨링, 워터바이크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 단 한 번도 해양스포츠를 즐긴 적도 없지만 코우리대교 밑에 있는 코우리 해변에서 발 한 번 담가본 것이 유일할 정도로 오키나와의 바다를 즐겨본 적이 없었다. 오키나와의 해변이 모두 아름답고 이쁘지만 훗날 아이와 함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아라하 비치에서 바닷물에 발을 담구고 해변을 걷는 기분이 참 좋았다. 그동안 오키나와의 진짜 매력을 즐기지 못하고 겉만 보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여행에서는 스노우쿨링과 해수욕을 해야겠다는 욕망이 타올랐다.


 

아라하 비치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고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인 첫날의 피로를 풀어줄 오늘의 숙소를 향해 오키나와 북부 지역인 모토부로 향했다. 이번 여행 중 새로운 시도를 몇 가지 했는데 그중 하나가 처음으로 호텔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것이다. 츄라우미 수족관 근처에 있는 <코모레비 하우스>라는 곳으로 외진 곳에 있어 찾기 쉽지 않았지만 입구에 다다른 순간 ‘와우’라는 탄성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오키나와 전통 가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곳으로 한국인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이 숙소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 숯불 바비큐도 사전에 신청했다.


 

코모레비 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기 위해 근처에 있는 이온 몰 나고점에 방문해서 그동안 편의점 유통만 보는 경험을 했지만 이번에는 오키나와 현지인들이 무엇을 먹고사는 것을 관찰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홋카이도 가족여행 중에도 아사히카와에서 이온몰을 방문해서 먹거리를 구매하기도 했지만 오키나와에서 처음으로 이온몰을 방문한 경험은 참으로 신선했다.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와 남단 오키나와의 이온몰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현지 사정에 맞춘 이온몰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호텔만 이용했기에 이런 오키나와 현지인이 사는 넓은 숙소를 둘이서만 즐기며 외부의 테라스 공간에서 고기를 굽고 오키나와 맥주인 오리온을 즐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의 오키나와 여행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오키나와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내가 보지 못한 오키나와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며 6년 만에 방문한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과 6년의 기다린 경험의 순간이 어우러진 하루의 기쁨으로 오키나와 북부의 한 가정집에서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밝게 불타올랐다. 짧은 일정이지만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을 방문하며 훗날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오키나와의 숨은 매력을 즐길 것이다. 6년 만의 방문이 주는 설렘과 여행을 즐기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날씨 속에서 온전히 오키나와를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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