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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07. 2024

오키나와 여행 2일 차

처음 만나는 새로움이 주는 선물

 숙소가 너무 넓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파에서 잠을 잤지만 개운하게 일어난 여행 둘째 날 새벽, 평소대로 루틴을 하고 어제 숙소 구경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오키나와의 눈물>이라는 책을 읽었다. 제국주의 야욕으로 가득했던  당시 세계정세는 마치 부루마블 게임처럼 온 땅을 모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했고 힘이 없으면 강대국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오키나와처럼 지정학적으로 가치 있는 지역이라면 모든 강대국이 군침을 흘리기 충분했을 것이다.


 

특히 오키나와 전투에서 황국신민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일본의 감언이설에 속아 총알받이 억울하게 죽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슬픔을 잊으면 안 된다. 마치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암울했던 우리의 슬픈 과거처럼 오키나와 역사의 고통스럽고 슬픈 흔적을 마주하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선배님께서 일어나시기 전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숙소 주변을 한 바퀴 걷고 오키나와의 고요한 새벽을 누렸다. 한적한 오키나와 북부의 시골 마을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오키나와 북부지역인 모토부정에 오면 항상 <마하니아 웰니스>라는 호텔에서 묵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또 다른 새로운 시도로 색다른 체험을 했다. 코모레비 하우스를 숙소로 잡은 이유 중 하나가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과 비세노와르미를 가기 위해서였다.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복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터널처럼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는 명소이다.


 비세노와르미는 와르미 절벽으로 불리는 곳인데 해풍과 파도가 만든 걸작품이다. 와르미 절벽으로 가는 곳이 사유지라 막혀 있어서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려고 했지만 비세자키 해변이 나를 부르고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바닷물이 빠지고 있어 물놀이 나왔다가 미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열대어를 볼 수 있는 비세자키 해변은 환상 그 자체였다.


 잔잔한 파도가 불어오는 비세자키 해변은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푸른색이 혼연일치되어 있었다. 누가 푸른 물감을 온 세상에 뿌려놓은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환상의 공간이었다. 마치 괌의 투몬 비치처럼 산호초 지대로 되어 있어 맨발로 다녔다가는 발바닥에 상처 날 수 있는 곳이라 훗날 아이와 함께 올 때 아쿠아슈즈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세자키 해변에 흠뻑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오키나와 북부 얀바루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원래 이곳은 수많은 미군 기지 중 오키나와 전투에서 전사한 해롤드 곤살베스 일병의 이름을 따서 캠프 곤살베스 부지 중 일부를 반환받아 국립공원이 되었지만 환경오염과 베트남전의 악몽을 지우기 위해 정글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얀바루 국립공원의 백미인 히지 폭포를 보기 위해 매표소로 향했는데 입장권을 구매하고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매표소 직원분께서 물을 꼭 사서 가야 한다고 말해서 목이 마르지 않은데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엄청난 오산이었다는 것은 10분 정도 걸은 후 온몸이 느낄 수 있었다. 구글 지도 앱에서 나온 9분 거리는 잘못된 정보이고 매표소에서 히지폭포까지 편도 30분, 왕복 1시간 거리였기 때문이다.


 열대 정글 속을 지나 다양한 동식물이 있는 히지 폭포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웅장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짐은 느끼면서 온몸에 흐르는 땀방울이 범벅되었고 가파는 숨소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히지 폭포를 보는 순간 시원함을 넘어선 상쾌함으로 주변 공기마저도 차갑게 느껴지는 폭포 앞에서 나 혼자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웅장한 히지 폭포를 뒤로하고 매표소로 돌아가는 길 작은 하천에 들어갔는데 물이 너무나 시원하고 맑아 발을 담그는 순간 탄성을 질렀고, 한참을 하천에 발을 담가서 흐르는 땀을 식혔다. 한 시간 산행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오키나와 여행 때마다 들렀던 <백년고가 대가> 우후야로 향했다. 오키나와는 온소바로 유명한데 우후야는 돼지갈비 소바가 특히 유명하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를 보고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걱정했지만 10분 정도 기다린 후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날로그를 더 선호하는 일본이지만 이곳 우후야는 QR코드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서 깜짝 놀랐다. 한국은 테이블마다 키오스크가 있어 주문을 바로바로 할 수 있는데 QR코드를 스캔해서 접속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느끼기 어려운 디지털의 향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등산으로 허기졌던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처음 오키나와 여행을 하게 만든 만좌모를 보기로 향했다.


 

만 명이 앉았다는 자리 만좌모는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는 해안 절벽으로 유명한데 멀리 보이는 건물이 만좌모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6년 전 보았던 만좌모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시는 오래된 상점이 즐비해있었는데 6년 만에 온 만좌모는 깔끔한 건물 안에 그 상점들이 다 들어가 정리된 모습이었고 2층에서는 석양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지배했던 낮 시간이 지나면 푸른 바다와 붉은빛 하늘이 지배하는 순간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화된 만좌모를 실컷 구경하고 나하 공항 인근에 있는 아시비나 아울렛으로 향했다. 이곳은 한국의 여느 아울렛과 비슷하지만 오키나와에서 유일하게 실바니안 패밀리 매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서 한국인에게 인기 만점이다. 아울렛이 크지는 않았지만 매장이 흩어져 있어 지도를 보아도 실바니안 매장을 찾기 어려웠는데 선배님의 도움으로 매장을 찾고 아이의 선물도 사주셔서 기분이 더 좋았다.


 숙소로 가려고 하니 마지막 날인 데다, 선배님께서 마음에 드는 야구 글러브를 아직 못 찾아 아쉬우신 것 같아 오키나와 시 인근에 있는 다른 Xebio 매장으로 향했다. 지점마다 특색이 있었는데 이곳은 농구 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는데 매장 옆에 농구 코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매장 직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농구를 하고 있어 농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기노완 지점보다 더 넓은 매장이라 그런지 농구뿐만 아니라 야구, 축구, 배드민턴도 다양한 용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선배님에 마음에 드는 글러브는 없어서 아쉬움을 더 했다. 히지 폭포 가는 길 밑장이 분리되었던 아쿠아슈즈를 버리고 슬리퍼를 구매해서 신으니 발이 한결 가벼워졌고 오키나와 여행의 마지막 날을 늦게까지 즐기며 어두운 밤이 돼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인근에 편의점이 없어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 내부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웠지만 새로움을 경험한 것만으로 이미 배부른 하루를 보냈기에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홋카이도에서 매일 루틴처럼 했던 온천욕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반신욕을 하며 새로움 속의 익숙함을 느꼈고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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