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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08. 2024

오키나와 여행 3일 차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온천을 쉽게 볼 수 있는 나라인데 유독 오키나와에서는 흔한 대욕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늘 홋카이도 여행을 할 때면 하루의 마지막을 온천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고는 했는데 오키나와에서는 온천을 하지 못해 늘 아쉬웠다. 대욕장이 있는 호텔이 3곳 정도 있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의 숙소는 아니라서 다음 여행에는 대욕장이 있는 숙소를 고려해 봐야겠다.

 오키나와 북부 지역에서 늘 묵었던 마하이나 웰니스 호텔은 대욕장이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 온천의 고마움과 필요성을 느낀다. 온천욕 대신 반신욕을 하고 조금 늦게 잤더니 조금 피곤했지만 6년 만에 다시 방문한 오키나와 여행의 2박 3일간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새벽에 일어나 테라스에서 오키나와의 바다를 바라보니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다 수영을 하지 않았을까 한탄해 본다.


 서든 비치 호텔 앤 리조트는 조식 서비스까지 포함된 숙소라 조금 여유롭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다만 나하 시내 외각에 있어서 호텔 내부에 작은 편의점이 있기는 하지만, 호텔 근처에는 편의점이 6km 떨어진 곳이 가장 가까운 곳이라 체크인하기 전에 필요한 것을 사 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텔 안에 수영장도 있어서 이틀 정도 묵으면서 하루는 해양 액티비티와 수영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키나와 여행 중 숙소에서 조식을 몇 번 먹었는데 그때마다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항상 오키나와 전통 음식 코너가 있었다. 심지어 오믈렛을 먹어도 ‘오키나와식 오믈렛’이라는 표현을 쓰며 오키나와 전통의 식문화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강대국의 침략에 의해 자신의 땅과 문화, 정신을 잃어버렸던 어두운 역사를 뒤로하고 오키나와의 정신을 잊지 않으려는 오키나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첫날 숙소인 코모레비 하우스 책장에 있었던 <오키나와의 눈물>이라는 책을 보면서 오키나와 사람의 후손인 작가가 오키나와의 미래는 오키나와 사람의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은 터라 오키나와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코너는 참 의미 있는 공간이자 진정으로 오키나와를 알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에 녹아 있는 오키나와 사람의 혼과 정신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조식을 먹고 서둘러 짐을 정리해서 렌터카 반납을 위해 호텔을 떠났다. 여행 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으로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일본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에 가득 주유를 해야 하고 심지어 주유 영수증까지 보여줘야 하기에 렌터카 반납 전 주유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항상 반납을 하기 전 주유를 할 때면 주행 방향과 반대쪽에 주유소가 있어서 공포의 우회전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부담 없이 우회전을 해서 현지인들처럼 주유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렌터카를 반납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계획 단계부터 여행의 모든 순간이 참 좋지만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느끼는 안도감과 아무런 사고 없이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감사함으로 충만한 시간이 제일 좋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느끼는 안도감은 여행의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한국으로 출국하는 티켓팅을 하고 1층으로 내려가 출국 수속을 하는데 너무 긴장을 풀었는지 아내의 부탁으로 면세점에 들르는 것을 깜박했다.


 어제 잠들기 전 <오키나와 달인> 카페의 댓글을 보았는데 수속 마치고 출국장에 다 있다는 말에 안도감을 느꼈는데 그 면세점을 보지 못하고 그냥 출국장으로 가버렸던 것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곳에 작은 면세점들이 있었지만 ‘병아리 빵’으로 유명한 히요코 만주를 사지 못했다. 대신 아내와 장모님,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구매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출발 전부터 아내가 오키나와 여행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에 다음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마지막 오키나와 여행이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만든다. 이번 여행 중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을 방문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여기에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는 감정이었다. 나만 이렇게 좋은 것을 볼 것이 아니라 아이와 다시 와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오키나와의 자연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능력은 욕망과 함께 온다”라는 말처럼 가족들과 오키나와에 다시 오고 싶은 욕망은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줄 것이다.


 매년 봄에는 오키나와, 겨울에는 홋카이도를 방문하는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음이 너무 좋고 감사하다. 일본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느낄 수 있는 일본이지만 일본이 아닌 느낌은 오직 오키나와와 홋카이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지만 더 편하게 오키나와를 여행할 수 있는 이유도 오키나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27년 동안 미국의 영향 아래 있었기 때문이지만, 오키나와를 사랑하는 내 입장에서는 너무 편하고 좋다.


 다음 여행부터는 오키나와를 더욱 깊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6년 만의 오키나와 방문을 마무리했다. 혹시 운이 좋으면 올해 다시 방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년 이맘때 가족들과 함께 오키나와 바다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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