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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09. 2024

오키나와 여행 에필로그

여행하는 사람은 현명하다.

선배님의 제안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오키나와 여행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6년 만의 방문이라 설레었던 것일까 2박 3일이란 기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느껴서 하루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간절함이 가득했기에 아쉬움으로 끝난 귀국길에서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며 무엇 때문에 간절했고 아쉬웠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항상 오키나와에 올 때면 츄라우미 수족관이랑 나고 파인애플 파크, 아메리칸 빌리지, 나하 국제거리, 마하이나 웰니스 호텔 등 늘 가던 곳과 숙박했던 곳만 갔었다. 특히 츄라우미 수족관은 오키나와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에 여기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오키나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과 같다고 말할 수도 있다. 3월 홋카이도 여행에서도 처음으로 삿포로시를 가지 않고 여행을 했던 경험이 오키나와에서도 그대로 전해진 것은 아닐까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움을 얻으려고 했던 이번 여행을 통해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오키나와 북부 얀바루 국립공원을 갈 수 있었고, 히지폭포의 웅장함도 엿볼 수 있었다. 늘 관광안내 책자 속에서만 보았던 히지폭포를 보는 순간 오키나와의 자연을 느낄 수 있었고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한 오키나와에도 이런 숲 속의 절경과 폭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오키나와 사람(우치난츄)도 북쪽지역을 뜻하는 ‘얀바르’라는 말을 거부감 없이 사용하지만 이 말에도 차별이 숨겨져 있다. 남쪽에 있는 나하를 기준으로 본다면 북쪽은 미개한 시골로 오랫동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얀바루 국립공원 주변이 개발되지 않도록 도와줬을 수도 있지만 오키나와도 일본 내에서는 중심이 아닌 변방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희생당한 오키나와 사람들의 원한이 해결되지도 못한 채 미국의 지배를 받으며 오키나와의 정신과 혼은 류큐왕국의 후손임을 당당히 말할 수 없는 차별의 시간을 보냈다. 동양의 하와이라는 별명 속에 가려진 오키나와의 눈물과 차별의 역사를 모른 채 아름다운 바다와 주변 경관만 보았던 나의 짧은 소견이 참 어리석기만 했던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학교나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의 특권으로 나의 역사관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점점 확대되어 가며 한국사와 세계사의 연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귀국 후 오키나와에서 만든 흔적인 영수증을 정리하면서 그날 들렸던 곳을 떠올려 본다.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는 없었는지, 늘 그랬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위해 투자할 수는 없었는지를 반성해 보며 다음 여행에서는 온전히 오키나와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계획할 것이다. 아내는 마지막 여행이라고 했지만, 오키나와는 매 순간 방문에도 늘 새로운 공간이기에 마지막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오키나와 북부의 한 시골 마을 우체국에서 아내와 아이에게 보낸 편지가 곧 도착할 것이다. 내가 코모레비 하우스에서 새벽을 누리며 느낀 감정을 담아 쓴 편지를 아내와 아이가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 가족들과 다시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득 담아 편지를 썼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가족들과 다시 오키나와를 방문했을 때 아라하 비치와 비세자키 해변에서 오키나와 바다와 한 몸이 되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것이다.


 오키나와 말로 아름다운 바다를 뜻하는 ‘츄라우미’는 사실 수족관 이름이 아니라 오키나와를 감싸고 있는 모든 바다를 뜻하는 말일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오키나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이곳에서 가족들과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며 계획한다.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행하는 사람은 현명하고,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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