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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0. 2024

열매와 글쓰기의 공통점

열매가 무르익듯이 글쓰기도 무르익는다.

 내가 처음 글을 써야 했던 이유는 대학교 입시를 위해 논술고사 준비를 위해서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독후감 제출을 위해 고민의 고민을 더해 숙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글쓰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교 생활 중 간간이 리포트를 쓰고 과제를 할 때 몇 번의 글쓰기를 했지만 이과생인 나에게 그런 기회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졸업 논문을 쓸 때도 공식화된 글쓰기를 했기에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글쓰기로 표현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도 어려운 일이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글쓰기와 업무 관련성은 거의 없었다. 물론 회사 내 품의서를 쓸 때나 사내 메일을 보낼 때 수준 높은 글쓰기 실력이 있으면 도움이 되었겠지만, 정형화된 품의서와 메일 패턴 속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내가 살았던 세상은 정형화된 세상이었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쩌면 헛된 노력이자 반항아로서의 이미지만 키울 뿐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 기존의 틀대로 업무를 하면 진부하다는 표현을 듣기 십상이라 같은 업무라 할지라도 다르게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과 그 안에서 다름은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 예전부터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생활에서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글쓰기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도 버틸만했던 이유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베끼면 되었기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 갈수록 이런 꼼수도 통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것을 생산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으로 새로움을 창조해야 하는 세상에서 글쓰기만큼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글쓰기가 새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글쓰기는 생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을 글쓰기를 통해 눈에 보이는 시각화 과정이 눈앞에 나타나며, 느낌으로 존재했던 감정을 공감하며 나눌 수 있게 되는 것도 글쓰기라는 생산물 덕분에 가능할 수 있다.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기에 일상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가장 현실적인 창조물이 될 수 있다.



 글쓰기는 생각의 과정을 담는 일이기에 생각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것보다는 언제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최고급 스포츠카의 기준이 가속하는 액셀레이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급정거를 할 수 있는 브레이크에 있는 것처럼 글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즉 마감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가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마감 시간을 지키는 것은 내 글을 읽는 독자를 배려하는 행위이자 최소한의 예의이다. 이는 글을 쓰는 나에게도 완벽함을 위해 헛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며, 글에 있어서 나만의 인간미를 더해준다. 완벽한 인생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글쓰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수 백번 퇴고를 해도 완벽함을 위한 퇴고가 아닌 내 생각을 정리하는 수정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쓰기의 말들은 나로 하여금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찾게 했다.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가 넘겠지만, 나를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한 가장 큰 이유는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지금까지 나를 알지 못했던 시간마저도 다시 되돌리고 싶을 만큼, 글쓰기를 통해 나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은 심정으로 매일의 글쓰기를 한다.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나를 글을 쓰는 순간 마주하게 될 때, 진정 나라는 존재에 대해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다.


 ‘나’라는 존재와 만나는 것이 아닌 나와 연결된 모든 것을 알아차림으로 인해 나의 삶은 풍요로움으로 채워질 수 있기에 나는 글쓰기를 할 수밖에 없다. 매일의 글쓰기를 통해 나의 글쓰기가 다듬어지고 무르익어 가면서 나의 삶도 어제보다 성숙한 성장의 순간을 누리는 존재가 되어 갈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성숙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만 나는 글쓰기라는 무르익음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쓰기의 말들 / 은유 / 유유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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