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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2. 2024

인생에서 겸손이 필요한 이유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한창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중  <인스타 브레인>이란 책을 읽었을 때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300개 넘는 게시물을 업로드하면서 키우고 있던 북스타그램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한동안 운영하다 5개월 전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하였고 지난달 계정 탈퇴까지 하였다. 지금 내 스마트폰에는 글쓰기 채널로 사용하는 블로그와 브런치 외에는 SNS 관련 앱이 없다.


 한때 인스타그램의 하트를 받기 위해, 누가 내 게시물에 하트를 주었는지 궁금해서 수시로 들락날락했지만 이제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 SNS가 대세인 요즘, 이런 행동이 역행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거대한 흐름에 역행한다고 해도 나는 생각하는 힘을 포기할 수 없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힘은 오직 생각하는 능력뿐이라고 여겼기에 과감히 역행을 감안하면서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


 영상 콘텐츠에서 자유롭고 이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하는 힘이 커진다면 그때 다시 운영해 보는 것도 검토할 수 있지만, 굳이 SNS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훗날 지금보다 더 성장한 작가가 된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책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소통보다는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훈련해야 할 시기라서 글쓰기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


 SNS는 대표적인 자기 자랑이나 과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도구이다. 고가의 명품 사진이나 여유롭게 해외의 한 휴양지에서 쉬는 사진과 함께 ‘휴가 중’이란 짧은 문구 하나만으로 게시물을 보는 사람에게 부러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플루언서의 계정에 업로드된  제품 사진을 보고 부러움에 구매하는 사람도 있고, 그가 방문한 여행지를 가보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도 이와 같다.


 자랑이나 과시도 도를 지나치면 더 이상 자랑과 과시가 되지 않듯이 겸손과는 거리가 먼 상태가 되고 만다. 자랑과 과시로 가득 차게 되면 좋은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 구매 강요가 되고, 여행지를 홍보하는 것이 아닌 광고주의 자본에 의해 변질된 여행을 경험하게 하는 시초가 될 수도 있다. 자랑과 과시는 본질이 아닌 다른 목적이 되게 하는 변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도 매일 글쓰기 훈련의 결과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업로드하는데 자랑과 과시의 목적이 아닌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의 반응을 보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래서 업로드한 후 다시 보지 않아 답글을 확인하고 댓글 다는 것이 늦어질 때도 있다. 소통하기 위해서 업로드하면서 댓글 확인이 늦어지는 것을 보면 앞뒤가 안 맞기는 하지만 내 글을 몇 명이 보는지, 공감은 몇 명이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가끔 아내가 “요즘 글쓰기가 좋아졌다”라고 말할 때면 속으로 우쭐한 마음에 나의 글쓰기에 만족할 때도 있지만, 한순간의 오만이라는 것을 깨닫고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글쓰기를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느낀다. 10년의 글쓰기 계획 중 이제 2년이 지났을 뿐인데 더딘 성장에 부끄러움과 아쉽다는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하루아침에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성장을 위해서 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이 없이는 절대 성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능력보다는 노력으로 성장의 열매를 맛보고 싶다는 삶의 자세는 겸손의 미덕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떠벌리며 알아달라고 노력하는 사람과는 달리 겸손한 사람은 자신에게 집중하며 묵묵히 자신이 계획한 일을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직하게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태도는 겸손함에서 비롯되며, 이는 인생의 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허세와 허영으로 가득 찬 인생은 겉모습의 화려함만 있을 뿐 내면의 실속은 없을 것이다. 나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하지만 성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성숙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기에 외면의 화려함과 성과보다는 내면이 단단하고 포용력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성장보다 성숙을 바라는 겸손한 자세로 글쓰기를 하는 것은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진정 글 속에 겸손이 녹아 삶 전체가 겸손으로 빛나는 순간을 만든다.


 지나친 겸손이 아니라 진정한 겸손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항상 최선을 다하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겸손임을 아는 사람은 결코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기에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오늘 나에게 허락된 86,400초를 값지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금 여기,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삶을 겸손과 행복을 가득 채울 것이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 마티아스 뇔케 / 퍼스트펭귄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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