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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7. 2024

애착이 무엇이길래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할 수 있는 이유

  아직도 아이가 태어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태동이 없어 늘 아내 뱃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검사하러 갈 때만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아이라 그런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울기만 하는 아이가 더 신기해 보였다.  17시간 산통을 겪은 아내는 지쳐 있었고 나만 신나서 아이를 처음 안아보고 아이의 숨소리를 느낀 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아내는 아이에게 늘 사랑을 주는데 아내의 지론 중 하나가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사랑을 베풀 줄 안다 “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도 경험을 하지 못하면 그것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직접 경험한 것이 진정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과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 부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전했고, 조부모님께서 각별한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아이의 자아도 점점 커지고 있어서 자기 생각과 주장을 종종 한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요구를 할 때도 있지만 얼토당토 하지 않은 요구를 할 때도 있는데 아직 자아가 성장하고 있기에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때도 있지만 꼭 한 번씩은 사달이 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자기는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는 둥,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라는 둥 불만 사항을 이야기하지만 아무 말 없이 아이의 투정을 받아들이고 안아주면 이내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것을 애착(Attachment)라고 하는데 애착은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결속을 뜻한다. 특히 발달 단계에서 양육자나 사회적 대상, 심지어 사물에게서 느끼는 친밀한 정서적 관계는 일반적인 상식의 차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아이도 영유아기 때부터 사용한 이불에 강한 애착을 느끼며 집에서도 여행을 갈 때도 항상 챙겨 다니며 이불이 보이지 않거나, 빨래를 할 때면 이해할 수 없는 불안감에 힘들어한다.


 비단 인간에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도 자신의 애착인형을 세탁하니 한없이 세탁기 앞에서 애착인형을 바라보는 일도 인간의 경우와 다름이 없다. 인간이나 동물이 느끼는 애착이란 감정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 관계없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안정감을 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애착이라는 단어와 항상 함께 다니는 애착 연구자 ‘존 볼비(John Bowlby)와 해리 할로우(Harry Harlow)는 각각 수행부적응 아동 연구와 원숭이 애착 행동 실험으로 애착을 세상에 알린 심리학계의 대가이다. 특히 존 볼비의 경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손상된 영유아들의 발달 단계를 직접 관찰하면서 애착 손상이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전쟁이라는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는 것도 힘든데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며 양육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포격에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부모나 아이에게 심각한 정식적 충격을 주며 언제 음식을 먹을지 모르기에 항상 먹는 것이 눈앞에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이런 처참한 환경에서 부모와 함께 있는 것보다 포격도 없고 정기적으로 음식이 공급되는 안전한 장소에 영유아를 데려다 키웠지만 그들은 항상 불안해했고 무엇인가 결핍된 상태를 보였다. 바로 부모의 사랑이자 눈에 보이지 않은 부모와 연결된 애착이라는 감정의 끈이었다. 존 볼비의 연구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애착이란 개념이 널리 알려지며 지금도 애착은 양육에 있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다 할지라도, 심지어 하루 한 끼 먹기 힘든 상황이라도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 편안하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상황보다 더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도 힘들겠지만 아이는 부모와의 애착 연결이 끊어지면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자란다 할지라도 애착이 손상된다면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길 수도 있다.


 즉 애착 손상은 연결이 끊어진 상태이며 다시 연결될 때까지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와의 풍요로운 유대 관계를 맺기 위해서 시작한 감정코칭, 회기가 거듭될 때마다 배우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감정 코칭을 잘하기 위해서는 4 가지 사항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첫째, 기질을 이해해야 하고 둘째, 발달단계를 이해해야 하며 셋째 가정환경을 이해하고 마지막으로 애착을 이해해야 한다.


 운 좋게도 감정코칭을 배우기 전에 심리학을 배웠기에 기질과 발달 단계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잘 이용해서 감정코칭을 더 깊고 정확하게 배우고 싶다. 비단 아내와 아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와 연결될 모든 관계의 축복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도구가 되도록 감정코칭을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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