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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여정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말아요, may

by 조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 속에 살고 살아야 한다. 물론 혼자 사는 사람도 있지만, 문득 머릿속과 마음을 억누르는 외로움에 힘들어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라는 것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롭다는 극명한 단점이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고요한 새벽에는 혼자라는 것의 단점이 사라지고 장점만이 돋보이는 시간이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존재한다는 착각마저 주는 나 홀로 있는 공간 속에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새벽뿐만 아니라 여행을 떠나서도 낯선 공간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하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것을 잊었던 나에게 분명하게 말한다. 나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는 여행은 지혜의 시간과 공간이다.



“여행하는 사람은 현명하다”라는 문장은 무엇 때문에 여행을 해야 하는지 나에게 말한다. 지혜가 없는 나에게 여행만큼 지혜를 채울 수 있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휴가가 제한되어 있고 직장에 매인 몸이라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항상 여행을 꿈꾸는 일상이 너무 좋다. 특히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너무나 짜릿하고 흥미가 넘쳐서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여행 준비를 할 때가 많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일탈이 아닌 배움과 회복의 시간이다. 홋카이도의 하얀 눈을 볼 때마다,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푸른 바다를 볼 때마다 내 안의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이 하나둘씩 풀리고 자유롭게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며 기존의 생각들과 연결된다. 여행의 모든 순간, 이런 자유로움이 현실의 무게로 무거웠던 나를 가볍게 하며 자유로움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요즘 여행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린다. 정말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준비하며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다. 여행의 관심사가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도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최근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다 반납함에 놓여 있는 <새로운 개념의 산티아고 순례길 City & Town>이란 책을 틈틈이 보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걷게 될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꾼다. 생장에서 산티아고 성당까지 그 먼 길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기대와 흥분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여행작가처럼 여행하고 글 쓰며 항상 낯선 땅이 나에게 전해주는 새로움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욕망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 메어 있는 것이 너무 많다. 한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갈 수도 있겠으나 끝까지 나의 소임을 다해야 하는 책임감도 나에게는 소중하다.


여행은 나를 새롭고 자유롭게 만들지만, 여행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내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오늘을 보내느냐에 따라 최고의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나만의 방법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을 통해 온전히 나로 빛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사용하려는 삶의 자세와 집중력이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은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고난의 시간마저도 축복의 시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넓은 마음까지 선사할 것이다. 나는 나 자체로 반짝이는 존재이라는 사실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며, 지금 나의 순간이 반짝이게 만들어 나의 삶 전체가 반짝이도록 만들 것이다.



반짝이는 일을 미루지 말아요 / may / 알에이치코리아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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