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책임져야 할 나이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

by 조아

푸릇푸릇한 이십 대 대학생 시절, 매년 학과 홈커밍 데이 때 마흔이 넘은 선배님들 볼 때마다 정말 나이가 많으신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내가 마흔이 넘은 나이가 되니, ‘내가 정말 나이가 많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직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철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철은 원래부터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 후 전역을 한 후 직장인으로 살아온 지도 15년이 넘었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내 나이를 잘 모른다는 것인데, 한 번은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작성하는 서류에서 나이를 33세라고 적은 일도 있어 행원분께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눈길에 민망함을 감출 수 없던 일도 있었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이 태어나 성장하며 나이가 든다. 나도 나이가 들고 있고 몇 년 뒤에 오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농섞인 말로 반백년, 반백살이라고 표현하는 오십이란 나이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 신체 나이 육십 이상인 상태로 살아왔기에 딱히 낯설지만은 않은 나이이며,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도달할 나이이다.



결혼을 해서 남편이 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나보다는 아내와 아이, 가정을 더 먼저 생각해야 할 나이인 마흔이 되면서부터 나조차 알지 못하는 불안에 휩싸인 적이 종종 있다. 아무리 일하기 싫어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했고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날도 있었다.


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라면 어쩌면 이런 문제는 매일 경험하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결혼 전 일 중독자였을 때는 내가 원해서 야근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간단히 샤워 후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억만금을 줘도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월급 루팡이 되지 않을 정도, 내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정도가 상한 선이다.


직장에서 의미 없는 경쟁은 더 이상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내가 나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닐 것이라 계획했기에 서서히 정든 조직과의 자발적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내가 퇴사한다면 성격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하게 되지 않을까??



인간은 얼굴에 삶의 가치관이 담겨 있고 몸에는 생활 습관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마주하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본 나의 얼굴과 모습을 통해 그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혹여 나를 안 좋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얼굴과 모습을 바라본다.


“과연 오늘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았는가,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거울 속 나에게 매일 물으며, 매일의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일과 원하는 얼굴과 모습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조금 느려도, 조금 세상이 원하는 것과 달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으로 포기하지 않고 나간다면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며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얼굴과 모습도 결을 같이해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나만의 방향과 속도를 유지하며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오늘이 모여 내일의 나를 만들고, 미래의 나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나, 결국 오늘을 살았던 어제의 내가 만든 미래의 초석이다. 한 번뿐인 인생, 즐겁게 나의 목표를 추구하며 오늘을 최고의 날로 만들려는 노력이 ‘Only one’이란 존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 이서원 / 나무사이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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