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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08. 2024

비가 와도 멈출 수 없는 이유

첫 우중 달리기

 요즘은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퇴근한다. 퇴근 시간이 되기 전 서둘러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집으로 가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집에 와서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편안하게 쉬고 싶고, 눈에 보이는 것을 먹고 싶은 유혹이 들기 때문이다. 퇴근 후 나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바로 달리기이다.


  달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조금 더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조금 천천히 달려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과 코호흡하는 것 딱 두 가지에만 집중한다.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중수 이상의 실력이 될 때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 지금은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세, 호흡법, 착지 등 기초적인 것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달리기,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오늘만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달리기를 하고 싶기에 부상 없이 달리기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달리기를 한 후 바로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달린 거리의 절반 정도의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회복하고, 집에 와서 마사지를 반드시 한다.



 오늘 퇴근길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드디어 우중 달리기를 경험하는구나 하고 미리 마음을 안정시키며 작정을 했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반드시 달리기를 할 것이라 다짐했기에 큰 무리는 안 되었지만, 집에 점점 가까이 오자 굵은 빗방울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스마트폰에는 안전재난 문자가 왔는데, 긴급 호우주의보였다.


 비가 어느 정도 내리면 그냥 달리려고 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고 있어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찰나 천둥, 번개까지 치니 오늘은 그냥 쉴까 고민하는데 빗방울이 점점 얇아지더니 충분히 달릴 수 있을 정도의 날씨가 되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첫 우중 달리기의 설렘을 가지고 달리기를 시작했고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평소처럼 운동하는 사람들이 없어 달리는 데 너무 좋았다. 비 오는 날 운동에 진심인 사람과 진심이 아닌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달리기 코스를 나 홀로 전세 낸 것처럼 부딪히지 않을까 조심하며 달릴 필요가 없어 편했다.



 

 대신 하천 수위가 평소보다 높아졌고 많은 양의 급류가 흐르고 있어서 어제 달리기 코스가 아닌 허천을 건너도 되지 않는 직선 코스를 달렸다. 비가 오는 날이라 달리기 코스의 상태가 엉망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짐작했기에 아울렛에서 만 원 특가로 구매한 러닝화를 신고 마음 편하게 달렸다. 예상대로 물웅덩이가 많았고 신발은 당연하고 양말까지 흥건하게 젖었다.


  많은 비가 와서 뜨거운 대지가 급격하게 식어서 지금까지 달리기를 한 날 중 가장 시원한 기온이라서 달리는 데 좋았기에 3km 달리기를 하기로 한 오늘의 목표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4km 달리기를 하면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린 적이 없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어제보다 더 느린 속도로 달리며 완주와 코호흡에 집중하며 달렸다.


 

 걱정과는 달리 4km를 멈추지 않고 코로만 호흡하며 달렸고 어제 느꼈던 오른쪽 무릎 통증도 오늘은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만든 체력 덕분에 오늘의 도전을 무사히 완료할 수 있었고 내일의 달리기를 꿈꿀 수 있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회복의 걷기를 하며 기록을 보니 첫 1km를 달릴 때보다 2km를 달릴 때 구간 별 시간이 더 짧았고, 구간 별 시간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점 달릴수록 지치지 않고 달린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제 매일의 달리기 7일 차이지만 달리기 체력을 키웠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그래도 나는 달리기 초보이다. 기초 체력을 만들고 정확한 자세와 호흡법을 익히면서 점점 거리와 시간을 늘려가는 단계이기에 절대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4km를 달리며 일주일 15km 달리기 챌린지 완료까지 2km가 남아 더 달릴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부상이 올 것만 같아 4km 달리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나는 부상 없이 평생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호모 러너스쿠스의 후예로 그 옛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평원을 달리거나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숨을 참고 달렸던 원시인처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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