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러닝 머신 달리기
요즘 나의 화두는 ‘달리기’이다. 달리기 초보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일의 달리기를 고집하며 어떻게 하면 달리지 않을까에서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내 모습이 신기하다. 달리기를 그렇게 싫어했던 사람이 매일 어떻게 하면 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어제는 일정이 있어 저녁에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짧은 거리라도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본가의 입주민을 위한 피트니스센터에 러닝 머신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점심을 거르고 러닝 머신에서 달리기를 했다.
아무리 실내라 해도 최고기온이 33도를 육박하는 날씨라 피트니스센터 내부도 무척 더웠다. 본가에 자주 왕래하지만 다른 동에 있어 피트니스센터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기에 러닝 머신이 있다는 것만 관리 사무실을 통해 확인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는데 피트니스센터에는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었다. 가끔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한낮에서 달리기를 하시는 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정말 존경의 마음을 담아 대단하시다는 것을 느낀다. 한낮이었지만 실내라 바깥보다 덥지는 않았고 몇 대의 선풍기가 있어서 참을 만했다.
예전 웨이트 트레이닝에 푹 빠졌을 때 옆 사람과 경쟁하듯이 달렸던 러닝 머신 위에서 오랜만에 달려 보니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매일 로드 달리기를 하는 것에 적응했기에 이상한 것은 당연하지만, 정지된 상태에서 달린다는 기분이 들어 신기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난데없는 신기함에 올해 첫 러닝 머신 달리기를 했다.
하지만 러닝 머신 위에만 올라오면 옆 사람이 신경 쓰이고 그분의 속도가 얼마인지 나보다 빠른지 느린지 신경 쓰게 된다. 옆에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도 나를 의식하셨는지 계속 속도를 올리며 때아닌 경쟁 구도에 들어갔다. 당연히 내가 더 빠른 속도로 달렸고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그 속도는 나의 속도가 아니었다.
평소 나는 정말 천천히 달린다. 아직 코호흡이 완전하지 않아서 조금만 힘들어도 입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누적 달리기 거리가 100km가 될 때까지는 속도보다는 완주와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제 러닝 머신 달리기는 경쟁에 심취해 나의 속도를 초과했고, 더욱이 한낮 무더위가 기승하던 때라 나의 달리기를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러닝 머신 위에서 2.3km의 거리를 달리니 너무 힘들어서 달리는 것을 멈췄다. 퇴근 후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입소하기 위해 270km가 넘는 장거리 운전을 할 체력도 비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매일의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회복의 걷기를 하며 숨을 골랐다. 평소보다 터질 것 같은 심장 박동을 느끼며 한낮 가장 무더울 때 달리는 것은 상당한 체력이 소진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배가 고픈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때에 따라 단식(아무것도 먹지 않음)을 할 수도 있고, 어차피 점심은 과일을 먹기 때문에 운전하면서 조심스럽게 먹을 수 있기에 모든 직장인이 하루 중 두 번째로 기다린다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리기를 하며 나만의 달리기 흔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쟁과 무더위로 나만의 달리기를 하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달리기를 하며 진정한 러너스 하이의 쾌감을 느끼고 싶다.
물론 쾌감을 위해 달리는 것은 아니다. 달리기를 하며 온몸에 피가 도는 것을 느끼고 내 안에 나쁜 노폐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보며 더 건강해지고,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작가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나이지만, 나는 그를 모방하고 싶다. 그를 모방하며 동경할 때, 내게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문장을 생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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