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골에서 첫 새벽 달리기
어제저녁 퇴근 후 녹색마을 자연학교 가는 길은 날이 어두워서 그런지 처음 갔을 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특히 구수골 들어오는 논길이 좁고 어두워서 천천히 운전하느라 더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좁고 어두웠지만 감사하게도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도착해서 마치 최전방 부대에서 부산으로 휴가 나온 아들처럼 선생님께 간단한 인사만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녹색마을 자연학교 1교시는 숲 속 맨발 걷기이다. 맨발 걷기도 좋아하지만 요즘 달리기에 빠져 있는 나라서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방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구수골 주변 논길을 달릴 요량으로 나왔다. 시골의 새벽은 정말 고요하며 고요함을 넘어 적막할 정도로 시간이 멈춘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아직 파릇파릇한 벼가 심어진 논길을 따라 달리는 새벽 달리기, 처음이기도 하지만 결코 낯설지가 않다. 어제 자기 전 머릿속으로 상상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달리는데 어렵지 않았고, 평소 내가 달리는 경로와 달리 사람들이 없어서 편했다. 혹여 무더위로 인해 논의 물이 마르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논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농부도 아닌 외지인이 논길을 달리는 모습, 상상만 해도 웃기다.
이곳은 나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다. 원정 방문을 한 사람으로 최대한 겸손하게 논길을 달린다. 도로의 상태, 경사도 등을 하나도 모르기에 속도보다는 도로를 수시로 확인하며 달렸고 새벽 일찍부터 부지런히 어디론가 향하는 차도 조심하며 달려야 했기에 달리기보다는 주변의 상황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처음 입소했을 때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살을 빼서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빨리 살이 빠져서 달리기를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글쓰기, 책 읽기 다음으로 삶의 중심이 된 달리기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글감이 되었고 브런치 스토리에서 <호모 러너스쿠스>라는 또 하나의 매거진으로 탄생했다.
매일의 달리기를 하려는 이유 중 하나도 달리기의 기록을 글감으로 하여 매일의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도 세라 밴드를 챙겨가서 방에서라도 운동을 한 나의 집착이 이제는 어디에 가서는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찾게 하는 버릇이 생겼다. 잘 정비된 길이 있으면 한 번 달려 볼까 하는 욕망이 들기도 한다.
오늘의 새벽 달리기는 시멘트로 다져진 도로라 발바닥에 충격이 그대로 전했지만 달리기를 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목표 거리를 4km로 설정하고 머릿속에서 그린 경로대로 달리기 시작했고, 완주와 코호흡에 집중했다. 속도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속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부상 없이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키우고 달리기에 적응한 몸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래서 짧은 거리라도 매일 달리려고 하고,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걷기와 마사지를 병행하며 달리기에 최적화된 내가 되려고 한다.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무슨 변화가 나에게로 찾아올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를 준다.
전문 육상 선수는 아니지만, 달리기를 통해 나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은 너무나 중요하다. 달리기로 뭐가 달라지겠어 의문을 품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는 나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다음 주에 있는 첫 번째 관문인 <815런>에서 딱 5km를 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루 종일 피곤하게 만들었던 첫 번째 새벽 달리기와는 달리 두 번째로 도전하는 새벽 달리기는 피곤함이 덜하다. 첫 번째 도전 이후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체력이 쌓였는지 몰라도 오늘 저녁 한 번 더 달리기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지만 일단 녹색마을 자연학교 인근에 있는 임실 공설운동장에서 꼭 한 번 달리기를 하고 싶다.
내일 새벽 달리기는 임실 공설운동장에서 뛰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행동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를 다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상상하며 현실로 만들기’라는 것은 내가 성장하는 원동력이자, 일상의 재미요, 삶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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