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회생 재동이다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다. 주말을 푹 쉬고 맞이하는 월요일은 내심 공휴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특히 금요일부터 구수골에서 몸과 마음을 푹 쉬었기에 오늘 같은 월요일은 더 힘들었다. 회사에서도 무기력했고 집중이 잘 안 돼서 빨리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오늘 같은 날은 연차를 쓰거나 반차를 쓰고 일찍 퇴근하는 것도 좋을 건데, 아미 올해의 연차를 거의 소진한 나라서 기분에 따라 감정적으로 연차를 쓸 수 있는 여유는 없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직장인이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월요일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힘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구수골에서 있는 동안 6개의 글쓰기를 해서 에너지를 다 소진한 것은 아닌지도 모를까 했으나, 그냥 월요일이라서 구수골에서 집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몸과 마음이 더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다. 구수골은 이제 나의 또 다른 카렌시아가 되었고, 그곳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정말 편안하다.
퇴근길 운전을 하는데 몸도 지쳐서 오늘은 달리기를 쉴까 생각했었다. 기운도 없는데 달리기까지 하면 더 기운이 없을 것 같아서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지만, 막상 집에 오니 가족들의 반응이 내가 옷을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러 다시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사실 오늘도 새벽 달리기를 하려고 했지만, 연재 글도 써야 하고 책 읽기도 해야 해서 우물쭈물하다가 나갈 타이밍을 놓쳤다. 월요일 출근길 차량 정체까지 감안하면 평소보다 더 일찍 나가야 했기에 달리기까지 하면 분명 지각할 것 같았다. 월요일 새벽 달리기를 계획했다면 평소보다 한 시간은 더 일찍 일어나야 가능할 것이다.
오늘 낮은 정말 불볕더위로 지난주보다 더 더웠지만, 저녁이 되니 선선한 바람도 불고 달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이번 주 목요일 815런에서 5km를 달려야 하기에, 이번 주는 5km 달리기 페이스를 연습해야 한다. 구수골에서 5km 달리기의 어려움을 경험했기에 내 몸에 오늘 달릴 거리를 미리 알려주고 놀라지 않도록 진정시켰다.
어제의 5km 달리기로 놀란 몸을 회복시킨다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천천히 달렸다. 3일 만에 달려보는 나의 정겨운 달리기 코스는 나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며 오늘의 달리기와 함께 하였다. 물 흐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달리는 이 코스는 사람만 없다면 잠시 눈을 감고 달린다면 자연의 소리에 심취할 수 있다.
달리기 시작하니 퇴근길까지 내 마음속에 울렸던 달리기 싫다는 생각이 금세 거짓임이 들통났다. 매일의 달리기 기록을 세우는 것이 아닌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하루하루의 노력이 더 필요함을 느끼며 목표 거리를 달렸고 오르막이 있는 길도 이제는 호흡을 조절하며 달릴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 매일의 달리기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천천히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기 체력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다. 또한 ‘러너스 하이’의 쾌감은 아닐지라도, 오늘의 무기력함을 활달함으로 바꿔주는 변화의 시간이다.
또한 달리기를 하면서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도 함께 느낀다. 달리기를 하기 전보다 체중도 감량되고, 심폐지구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구수골에 다녀올 때 한 번도 쉬지 않고 270km의 거리를 한 번에 운전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증거이다.
8월 15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오늘, 만약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815런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기운이 없었지만 전기자동차의 회생 재동 기능처럼 브레이크를 밟으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처럼, 달리기를 하며 오늘을 살아갈 기운을 채운다.
지난 이틀 동안 새벽 달리기에 적응했던 몸이 오늘 새벽 달리기를 하지 않아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새벽 달리기는 저녁 달리기는 매일의 달리기를 통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일상의 루틴이 되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을 느꼈다. 내일도 ‘하루 쉴까’하는 유혹이 찾아올 수 있겠지만, 나는 매일의 달리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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