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달리기 리뷰
유난히도 무더웠던 8월, 나는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7월부터 시작했던 나의 달리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달리러 나갈 때마다 그럴싸한 핑계를 찾았고, 그 누구도 나의 핑계를 비난할 수 없도록 충실하게 자기 합리화를 하려고 했다.
완벽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7월에는 총 다섯 번의 달리기를 했고 이런 사실에 나 자신이 누구보다 부끄러웠기에 절치부심하며 8월에는 매일의 달리기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꿈유님을 통해 알게 된 지금의 달리기 멘토님이신 아주nice 님께서 “달리기 초보자에게는 매일의 달리기가 좋지 않다”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안 그래도 “어떻게 하면 매일의 달리기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그럴 싸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이보다 더 좋은 핑계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본격적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찾고 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렇게 좋은 명분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8월 초까지 <이태근 선생님처럼 한 달 살기>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매일 체중 감량이 되고 있었고, 달리기를 하는 날은 최대 1.5kg까지 감량되는 것을 보고는 매일의 달리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더욱 빠르게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욕심에 매일의 달리기를 했고, 달리기 덕분에 다른 다이어트를 할 때보다 체중 감량 속도가 빠르고 요요의 부작용도 없었다.
8월 3일 두 번째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입소하면서 이태근 선생님께서 자주 달리신다는 임실 공설운동장에서 처음 5km 달리기를 했고, 그 후로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서 거리를 6km까지 늘릴 수 있었다. 물론 달리기 초보자인 나에게 아직까지 거리나 속도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달릴 때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는 것은 나도 보통의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래서 달리기 페이스를 말할 때마다 겸손하게 ‘느려요’라고만 대답했고, 빠르게 완주하기보다는 올바른 자세와 코로 호흡하기에 집중하며 달리는 연습을 했다. 물론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면 속도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 없기에 속도보다는 자세와 호흡법에 집중하는 것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다고 말하는 지난 8월, 나는 28일 동안 총 125.3km를 달렸고 평균 페이스 8분의 속도를 유지했다. 7월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9월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도태를 만든 시간이라고 믿는다. 무더위와 싸워가며 달리지 않았다면, 날씨에 대한 영향을 아직도 고려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더위를 피해 새벽 달리기를 하며 몸으로 체험한 소득 중 하나이다.
무더위 때문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비가 와서 달리지 못했다는 핑계도 대지 못할 정도로 맑은 날씨가 많아서 달리기 좋았고 처음으로 815런에 참가하며 비록 5km밖에 달리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기필코 8.15km의 거리를 달리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또한 815런의 아쉬움 때문인지 기부런 6K도 신청하면서 비츄얼 달리기 대회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할 생각이다.
9월에는 나의 달리기 세계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 <부단히런>이라는 달리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무작정 혼자 달렸던 8월과는 달리 매일 달리기 인증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체계적인 달리기 훈련을 도와주시는 멘토님의 가르침대로 최선을 다해 달릴 것이다. 아직 나의 달리기는 성장 중이기에 9월 동안 어떤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 10월의 달리기가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달리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나에게 내가 동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처럼 좋은 책을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그처럼 그리스 마라톤 평원을 달리는 상상을 했고, 언젠가 이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매일의 달리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작가님의 말씀처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이 달리는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 마라톤 풀코스 훈련을 해야 할 좋은 명분도 얻었다. 부단히런 모임에서 오늘의 달리기 인증을 하면서 아무에게도 7km 달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멘토님께서 내 기록을 보시고 11월에 개최되는 10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볼 것을 권유하셔서 바로 신청했다.
난생처음 하는 10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멘토님의 가르침대로 매일의 달리기를 연습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말하는 좋은 결과란 입상이 아니라, 부상 없이 10km 달리기를 완주하는 것이다. 입상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나는 부상 없이 오래오래 달리기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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