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에게 여유는 사치다
어제 아이와 경주와 경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왔다 오느라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피곤한지 새벽부터 정신이 몽롱했다. 아이 아빠로 육아를 함께 해야 하기에 달리기를 위해 주말을 회복의 시간만으로 사용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더욱 정신을 부여잡아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게 되면 나태해져서 처음의 상태로 돌아갈 것 같은 두려움이 늘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났지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오늘 계획한 10km 가상 마라톤을 할 수 있는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어제와 같은 5km 회복 달리기를 하기 위해 급하게 계획을 변경했다. 월요일 출근길에 대한 걱정은 달리기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느끼며 월요일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달려야 할 것이다.
가민의 제안을 확인하고 달리기 코스로 나와 스트레칭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토요일 내린 호우의 피해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공무원께서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현장에 나와 정리를 해주셔서 진흙과 자갈, 나뭇가지들이 많이 정리되었지만 부산에 270mm, 창원에 300mm 넘게 내린 비는 그 가운데 있는 이곳에도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달리기는 계속되어야 하고, 나도 매일의 달리기로 나만의 달리기 체력을 만들어야 하기에 달렸다. 달리기를 싫어했던 사람이 매일 달린다는 것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 지인들이 있지만, 이제 나는 달리기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달리기에 혈안이 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잘 모른다. 무슨 일을 해도 온통 달리기만 눈에 보이는 정도이다.
아침에 일어나 어떻게 하면 오늘의 달리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하기 싫은 마음과 멈추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매일의 달리기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려는 모든 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는 자영분이 될 것이다. 솔직히 달리는 것은 아직도 힘들지만 이런 힘듦마저도 훈련이라고 생각하기에 참고 달릴 수 있다.
지금까지 누적된 달린 거리를 보면서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생각할 때가 많은데, 중요한 것은 아직 나의 달리기가 끝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두 달 동안 달리기를 하며 반팔, 반바지를 입어 팔과 다리가 검게 탔지만 결코 보기 싫거나 지우고 싶지 않다. 오히려 두 달 동안 달리기에 집중했다는 훈장처럼 느껴진다.
과거에 매년 JTBC 서울 마라톤(구, 중앙일보 마라톤)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 기회를 사용하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이 대회에 나가고 싶어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1박 2일 일정으로 가서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서울에는 연고도 없기에 먼발치에 입맛만 다시고 있는 상황일 뿐이다. 진작 달리기의 매력을 알았더라면 마음껏 메이저 마라톤 대회를 누렸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후회한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그것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기에 오늘의 달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나를 바꿀 수 있고, 내가 알고 있다 하더라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야지만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진리는 가장 단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하지만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삶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달리기를 통해 배우고 있다. 이제 나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힘을 익히는 순간이 되었다. 이 두 가지 힘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순간, 나는 내 삶 속에서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 새벽 여유 부리다 10km 가상 마라톤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여운에 빠져 있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만약 10km 가상 마라톤을 고집했다면 빠르게 달리기 위해 무리했을 것이고, 성급하고 무리한 움직임은 결국 부상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제보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조금 욕심을 부렸더니 왼쪽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초보 러너인 나는 그 어떤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되는 수준이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거나 과시하기 위해 달리기 기록을 사용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자랑과 과시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달리기 초심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러너가 될 것이다. 호흡과 자세에 집중하겠다는 초심은 늘 나의 달리기를 지지해 주는 든든한 기준이다.
말로는 순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꾸 내 눈은 페이스를 유지했느냐보다는 순위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을 보면 나도 자랑하고 싶은 속물이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내 곧 페이스를 확인하고 점점 체력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감사하게 느낀다. 오늘의 노력이 이런 기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몸을 잘 회복하여 내일의 달리기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도록 집중하고 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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