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
어제 10km 가상 마라톤을 하면서 오랜만에 10km의 거리를 달리는 것이라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면 어떡할까 걱정을 하였지만, 나의 우려와는 달리 최근 10km 가상 마라톤을 연습한 것 중 가장 빠른 페이스로 완주할 수 있었다. 매일의 달리기에 집착을 하다 보니 내 몸이 회복되는 시간을 주지 않고 너무 혹사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달리기도 중요하지만 회복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하는 것은 무리이자 동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때문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꿈유님과 아주나이스님께서 "초보 러너에게 매일의 달리기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지만, 나의 나태함으로 과거로 회기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강행했다.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의지 한 국자를 더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었고 8월 21일과 25일, 그리고 회복 걷기를 한 9월 17일 3일을 제외하고 매일 달렸다. 내가 봐도 달리기에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달리기를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였던 달리기 전부터 과거 무릎 연골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상적인 통증 이외에는 병원 치료는 필요로 하는 통증에서 자유할 수 있었다. 지금도 달리기를 할 때마다 어느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지 항상 신경 쓰고, 달리기가 끝난 후 그 부위를 스트레칭하고 마사지를 한다. 작은 통증과 동거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매일의 달리기를 지속하면 내 몸도 충분히 적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가민의 제안을 확인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매일 자기 전부터 내 몸이 얼마나 회복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최소 8시간의 수면을 통해 새벽 달리기를 한 내 몸이 오늘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내 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몸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서 매일의 달리기를 강행하는 것은 언제든지 부상이 발생해도 괜찮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에, 내 몸과 컨디션에 대한 관심에서 매일의 달리기가 가능할 것이다.
회복은 단순히 수면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완료한 후 쿨다운을 할 때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 마사지, 냉수욕 등 물리적인 근육 이완과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진정한 회복의 시간이 발휘된다. 특히 페이스에 대한 압박과 가상 마라톤에서 순위에 대한 집착으로 복잡한 마음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결코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마음의 회복도 몸의 회복만큼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요즘 달리기 시작 전 웜업과 마친 후 쿨다운에도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달리기 전 통증이 있는 곳은 없는지, 달린 후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없는지 항상 신경을 쓴다. 이렇게 유난을 떠는 이유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달리기를 온전히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러너에게 부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조금만 주의하고 신경 쓴다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한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신경 쓰느냐에 따라 부상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부상 없이 달리기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달리기 세계에 입문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초보 러너가 부상에 대해 운운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달리기를 함에 있어 부상 없이 즐겁게 오랫동안 달리기는 것이 나의 목표이기에 매 순간 부상 관리를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자, 매일의 달리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회복의 시간도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며, 몸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따라 달리기 기록은 물론 부상 발생의 여부도 결정지을 수 있다.
누군들 부상을 당하고 싶어서 당하지는 않겠지만,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대회를 부상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기운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부상을 예방해야 하는 것이며, 기록을 자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욕심이 화를 부르고 모든 것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무엇 때문에 매 순간 욕심에 사로잡혀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회복을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 몸도 마음도, 욕심마저도 비우고 그저 오늘의 달리기에 최선을 다해서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이 순간의 달리기는 매일 조금씩 나를 성장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매일 10km를 달린다고 해서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매일이 모여 한 달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매일 10km의 거리를 달린다면 한 달이면 300km, 일 년이면 3,650km의 거리를 달리게 된다. 이제 고작 329km밖에 달린 내 입장에서는 10배가 넘고 상상도 하지 못한 거리이다.
나이키 런 클럽 러닝 레벨 중 최상위 레벨인 볼트 레벨이 되고 싶어 도전하고 있는 나는 무려 15,000km를 달려야 하는데 단순 계산으로 매일 10km 달리기를 한다면 일 년에 3,650km, 약 4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려야 얻게 되는 영광스러운 훈장이 될 것이다. 지금 내 입장에서 이런 날이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나는 꼭 나이키 런 클럽 볼트 레벨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지금은 성장 중이라 10km의 거리밖에 달리지 못하지만 매일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면 15km, 21km를 넘어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겨우 10km 가상 마라톤을 하는 주제에 마라톤 풀코스를 운운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참 웃기지만, 이상하게도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심지어 마라톤 풀코스를 넘어 극한에 도전하는 울트라마라톤 대회도 참가하고 싶다. 내가 동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렸던 홋카이도의 사로마 호수를 가보고 싶은데 이곳에는 100km의 거리를 8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울트라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 대회에 참가했기에 그냥 나도 이 대회에 참가하여 100km의 극한에 도전하고 싶다.
매일 이렇게 주제넘은 생각을 하며 달리기에 대한 꿈을 키우는 나에게 달리기는 자극이자 도전의 대상이다. 지금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겠지만, 굳게 닫힌 문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드린다면 결국에는 열릴 것이란 믿음으로 계속 도전할 것이다. 매일 도전하기 위해 달리고 회복하며 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고, 진정 달리기에 대한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매 순간 도전하고 실패를 교훈 삼아 또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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