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되게 하라
임시 공휴일이었던 국군의 날, 12km 달리기를 하고 몸이 회복이 덜 되었는지 새벽에 일어났는데 피곤함을 느껴서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다 조금 늦게 나왔는데 부경대학교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거리를 감안하면 지각할 것 같아서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새벽시간이라 운동하시는 분이 아무도 없어서 마치 개인 체육관 같은 느낌이 들어 그냥 기분이 좋았고, 나중에 김종국처럼 집에 작은 헬스장을 만들 생각을 하니 더 기분이 좋았다.
비가 오는 날에서 트레드밀을 잘하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째 너무 지루하다. 실외 달리기는 달리면서 풍경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데, 트레드밀 달리기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기에 지루함에 지쳐 계획보다 빨리 내려온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달리기를 하고 싶을 때 트레드밀처럼 좋은 기구도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측정하는 수치가 모두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보통 가민포러너965가 알려주는 상태를 확인하며 달리는 데, 추가적으로 나이키런클럽과 런데이 가상 마라톤을 동시에 작동시켜 달리기 기록을 측정한다. 물론 내가 시작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것이 아니기에 몇 초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거리가 늘어날수록 편차가 심해저 본의 아니게 더 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실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는 것은 정지된 상태에서 달리는 것이다. 나는 트레드밀 벨트 위에 정지해 있고 벨트가 움직이면서 그 위를 달리는 것이라서, 실외 달리기를 할 때처럼 GPS로 측정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와 시간이 차이가 생기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차이가 싫어서 다른 대안이 없을 때만 트레드밀 달리기를 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이야기한 트레드밀 달리기 원리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달리기를 하고 트레드밀에서 내려오면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 물체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지럼증이 생긴다. 물론 달리기를 마치자마자 트레드밀에서 내려오는 경우는 잘 없기에 어지럼증이 심하지는 않지만, 한 번은 너무 어지러워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트레드밀 달리기를 싫어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 트레드밀 달리기처럼 좋은 대안도 없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는 후배는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드밀을 사용하려면 한 시간 정도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해서, 후배에 비하면 나는 원할 때 언제든지 달릴 수 있기에 감사함을 느낀다.
어찌 보면 달리기 자체가 지루함을 견디는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태곳적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 걷거나 달렸고, 특히 위험에 처하거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달려야 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fight or flight”라는 개념을 통해 오래전부터 인간이 야생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의 심리적 갈등이 지금도 전해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 복무 시간 중 운 좋게 야생 멧돼지와 마주친 적이 있지만 별다른 일없이 멧돼지가 방향을 바꾸면서 위기 상황이 끝났지만, 당시 나는 소총에 실탄을 장전한 상황이라 대열 선두에 있었던 내였기에 나와 전우들을 지키기 위해 여차하면 소총 사격을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무장 상태가 아니었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 무조건 달려야 했을 것이다.
트레드밀 달리기라는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머릿속으로 그때의 상상을 하며 내 뒤에서 야생 멧돼지가 쫓아온다면 나는 죽을힘을 다해 달려야만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인터벌 훈련을 할 때는 이곳에 와서 트레드밀 달리기를 하면서 체력을 만들기 위한 연습을 해야겠다. 편하게 정해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하면 좋은 인터벌 달리기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 자체를 싫어했던 내가 웨이트 트레이닝에 푹 빠져있을 때도 잘하지 않았던 트레드밀을 인터벌 달리기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이 참 신기하고 새롭다. 달리기를 하면서 매번 배우는 것이 안 되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방법을 찾는 점이다. 체력이 부족하면 체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페이스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지속주와 가속주 훈련을 반복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하면 자연스럽게 페이스도 빨라진다.
다음 달에 참가할 예정인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대회전까지 15km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 계획이다. 대회 버프보다는 체력을 만들어서 충분히 완주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면 대회 당일 달리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까지는 속도보다는 완주, 완주보다는 호흡과 자세에 집중하고 싶다.
안 되면 되는 방법을 찾아 연습하고, 그 방법 중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선택해 나만의 것으로 만든다면 달리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분야에서도 중간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내려는 힘이 너무나도 달리기를 싫어했던 사람을 달리기에 푹 빠지도록 만들고 있다.
달리기를 통해 체력이 좋아졌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해내려는 힘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있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안 된다면 무엇 때문에 안 되는지 생각해서 방법을 찾고, 찾아낸 방법을 실행한다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믿는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명대사를 다시 떠올리며 방법을 찾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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