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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4. 2024

안녕, 할부지

푸바오의 판생을 응원하는 사람들

 지난 4월 우리의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는 판생을 찾아 중국으로 떠났다. 푸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중국으로 가는 날 남은 자의 슬픔을 대변해 주는 비가 내렸고 푸바오는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 푸바오의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님은 모친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푸바오가 불안하지 않게 세상을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직접 동행하는 정성까지 보이셨다.


 국내 최초 자연 번식으로 우리에게 온 아기 판다 푸바오는 지금까지 푸린세스, 용인 푸씨, 푸공주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기쁘게 했지만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별은 결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강바오와 송바오는 알고 있었겠지만, 그날이 찾아올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판다로 만들어 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사랑을 전했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자이언트 판다라는 종의 차이로 서로 말을 할 수 없지만 '이심전심'의 진리는 그들 사이에서 말보다 더 귀한 관계의 끈을 만들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심정을 알 수 있게 된 그들은 말만 할아버지와 손녀가 아닌 진짜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가 되어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사이가 되었다. 어쩌면 강바오와 송바오는 푸바오 덕분에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어 유명해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런 푸바오의 탄생부터 헤어짐까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안녕, 할부지>는 상영관에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의 일정을 확인하여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보기로 했다. 또한 이렇게 좋아하는 영화는 두 번 봐야 풀리는 성미라 다른 상영관에서 두 번 보는 쾌거도 이루었다. 이미 한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이가 너무 울어 아이를 달래느라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푸바오의 떠남을 이해할 수 없는 아이에게는 그저 슬픈 이야기로 전해졌을 것이다.



 <안녕, 할부지>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나 운 좋게 본가 근처에 있는 상영관에서 아이와 나, 단둘이 볼 수 있는 특혜를 누려 너무 좋았다. 시사회에서 많은 관객이 찾아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베테랑 2>라는 천만 관객을 유혹하는 영화와 동시에 상영되어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던 특혜를 우리가 누린 것이다. 넓은 상영관에서 아이와 나, 단둘이만 영화를 보았기에 눈물이 날 때 눈물을 흘리는 것도 영화 속 궁금한 점을 큰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기회에 금지된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음을 즐겼다.



 <안녕, 할부지>를 두 번째 보았을 때는, 먼저 보았을 때보다 아이가 조금은 덜 울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처음보다 더 격렬하게 눈물을 흘렸다. 푸바오가 무엇 때문에 중국으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나도 슬픈 장면에서 눈물이 날 뻔했어도 너무나 슬퍼하는 아이 앞에서 차마 눈물을 보일 수 없어 꾹 참았는데, 푸바오를 보내고 홀로 남은 송바오님이 격리 공간을 정리하시면서 흐느끼는 장면에서는 끝끝내 참았던 눈물이 흐르고야 말았다.



 항상 장난기 넘치는 표정과 밝은 미소를 보이셨던 송바오님은 유인원을 담당하실 때 동물을 먼저 보내셨던 상처가 있으셨다는 것을 <안녕, 할부지>를 통해 알 수 있었고 푸바오의 생일이나 기념일마다 푸바오를 위한 씽씽이나 스마트폰 등 푸바오가 기억할 수 있는 장난감을 손수 만들어주는 송바오님의 정성을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강철원 사육사님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았던 송영관 사육사님이 푸바오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인간과 자이언트 판다는 종의 차이로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지만, 푸바오는 든든한 두 명의 할아버지와 이모와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돈독한 관계를 만들었다. 그 관계의 중심에는 관심과 애정이 자리 잡고 있어 종의 차이를 극복하게 만들었고,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마음속으로 항상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정말 운 좋게 푸바오가 결혼하여 자신의 짝을 데리고 한국으로 금의환향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것이 아니라도 어디에 있든지 푸바오만을 위한 판생을 살기를 응원한다.


 푸바오가 전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전부터 푸바오에 관한 몇 권을 책을 읽었고, 영화 개봉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게 되어 꼭 두 번 봐야겠다는 다짐을 이룰 수 있어 너무 좋았고 아이와 같이 푸바오의 이야기를 영화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예매율을 보면 상업적으로 흥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기 대한민국 최초 자연번식 자이언트 판다이자 우리의 영원한 아기 판다인 푸바오가 사랑받고 또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동물은 인간의 소유와 욕망이 대상이 아닌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느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행되는 무분별한 동물 사냥과 판매로 멸종 위기종이 되어가는 위기의 동물들에게도 조금의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박물관에서 박제된 상태로 그들을 보는 최악의 순간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동물원이 아닌, 그들의 서식지에서 그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 인간도 동물도 각자의 존재 가치를 더욱 빛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동물이 멸종한 지구에서는 인간도 멸종한다는 점과 그들이 생존해야 인간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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