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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5. 2024

만남의 축복

영화, 와일드 로봇

 나는 육아에 있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가급적 아이와 단둘이 외출을 해서 아내에게 자유 시간을 주려고 한다. 평일에는 퇴근도 늦고, 때로는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도 있어서 아이가 일어났는지 등교를 잘했는지 확인하지 못하기에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놀아주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한 달에 한 번씩은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려고 한다. 아직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많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 개봉 소식을 틈틈이 확인해서 아이에게 의향을 물어본다. 사실 나는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에도 그 어떤 OTT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기에 영화를 보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이는 어쩌면 태어난 순간부터 영상 콘텐츠와 때려야 땔 수 없는 사이가 되었기에 책보다는 유튜브 보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유튜브가 유행하기 전부터 영화는 나에게 유일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는 꼭 보았기에 알라딘, 미녀와 야수, 뮬란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는 꼭 두 번씩 본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아이는 나와 단둘이 <안녕, 할부지>를 보았던 시간이 좋았는지 새로운 달이 시작할 때쯤 나에게 무슨 영화를 볼 건지 물어본다. 개인적으로 시각적 자극만 주는 영상 콘텐츠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가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해서,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 때면 이달에 개봉하는 영화 정보를 검색하곤 한다.



 10월에 징검다리씩으로 있는 개천절 공휴일을 맞이해서 아이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서 <와일드 로봇>이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 제목만 보고 야생에서 활동하는 로봇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 전개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전문적인 스토리텔러답게 이야기의 시작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사고로부터 전개한다는 법칙이 떠올랐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존재한다. 자동화된 공장에서 인간 대신 용접이나 조립을 해주는 로봇도 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 방호복을 입은 이간 대신 방사능 오염 지역을 확인하는 로봇도 있다. 인간의 형태나 특징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인간과 다양한 언어로 대화하며 인간 대신 단순하고 무의미한 노동을 해주는 로봇이 많아질 것이다.



 배송 사고로 인해 외딴섬에 도착한 로즈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곳에는 그 누구도 로즈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비 오는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직 부화되기 전인 브라이트빌을 만나 아기 기러기를 키워서 고향으로 날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로즈는 조류의 특징인 각인 효과로 자신을 엄마로 따르는 브라이트빌을 친자식처럼 키운다.


 아기 기러기의 엄마가 된 로즈는 여우 핑크의 개략에 빠져 잠시 방향을 잃었지만 브라이트빌을 묵묵히 응원하며 세상에 둘도 없는 조력자의 임무를 수행하며 청년 기러기로 잘 키운다. 하지만 주변 동물들은 로즈와 브라이트빌이 자신들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심지어 같은 기러기들조차도 브라이트빌을 멀리하려고 했다.


 겨울이 오기 전 날갯짓을 하여 멀고 먼 남쪽으로 떠나야 하는 브라이트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로즈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헌신적인 부모를 보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신의 몸이 망가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헌신적인 모습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로즈처럼 내 모든 것을 아이에게 내어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선 듯 대답하기 힘들었고, 아이가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가 홀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는 뒤에서 아이를 묵묵히 지원하고 응원해 줘야 하는데 아이의 선택을 강요하거나 묵인하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부여된 재능을 발휘하고 아이가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지를 생각하며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보다는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며 아이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사고로 브라이트빌의 가족을 잃게 되었지만, 브라이트빌은 로즈와 함께 섬의 모든 동물들과 새로운 가족이 되면서 선천적으로 왜소한 체격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러기 무리의 리더가 되어 멀고 먼 고향으로 그들을 무사히 이끌었다. 그리고 다시 농장에서 로즈를 만난 브라이트빌의 모습을 보면서 만남의 축복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부모님과 만났고, 나도 결혼을 하여 나와 아내 사이에서 아이를 만났다. 이 만남의 축복은 당연한 것이 아닌 나만을 위해 허락한 축복임을 알아야 한다. 금수저는 아니지만 나를 잘 키우기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신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고 한 가정을 이루어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나도 부모님처럼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에게 헌신적인 아빠가 될 것이다.


 훗날 시간이 흘러 아이가 나를 자신보다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한 헌신적인 아빠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며, 내가 못 이룬 꿈을 대신해 주는 존재가 아닌 나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주어진 달란트(Talent)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지하며 아이가 나와의 만남이 축복이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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