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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9. 2023

네, 두 번째 이야기

수동적인 대답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

 어제도 오늘도 내는 ‘네’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기에 침묵하고 있을 때가 더 많지만 병원에서는 ‘네’라는 말이 가장 많이 하고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은 모든 진료를 환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하기 때문에 내 취향대로 선택할 수도 없거니와 거부할 수 없다.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네’라도 대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미디어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각종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다. 지금 허리가 아픈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완화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만 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 유뷰트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마치 내 것인 양 이야기하면 진찰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태도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의학적 지식을 배우고 임상을 수련한 전문가를 무시하는 태도이다. 상대를 무시하면 절대 존중받을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알게 된 정보는 도움이 되는 것이지 해결책이 되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마다 다를 수 있고 환자가 의사보다 더 많은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다. 나를 진료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믿고 그 소견을 따라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심지어 명의인 의사가 환자일지라도 중은 제 머리를 깎을 수 없기에 담당 의사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그래서 나는 ‘네’라도 대답하고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새벽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디에서 통증이 느껴지는지 온몸 구석구석을 눌러본다. 가장 심한 곳이 허리이지만,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고통은 손이 저린 증상이다. 손에 감각이 없어지고 마비가 오는 저림 증상은 필사를 할 때 펜을 쥐기 어렵게 만들고, 키보드의 자판을 누르는 것도 힘들게 한다. 저림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손에 침을 맞아 봤지만 극심한 고통 때문에 저려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중성과 거짓 가면을 쓴 나와 마주하게 된다. 나는 글쓰기를 못 하는 것이 제일 두렵지만 손에 침을 맞기는 싫다. 그러나 저림 증상을 없애고자 한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네’라고 대답할 뿐이다.


묻는 말에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면 생각 없이 말하거나 수동적으로 대응한다고 늘 생각했는데, 입원 치료를 하는 동안 ‘네’라는 말을 많이 하다 보니 결코 생각 없이 말하거나 수동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시키는 것을 그대로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자 상대를 믿는다는 신뢰의 표현이다. 이것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강한 내가 ‘네’라고 대답하는 이유이다. ‘네’라고 대답한 덕분에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고, 오늘 퇴원하게 된다. 완벽하게 통증이 제거되지는 않았지만 창밖으로 보며 동경하던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는 설렘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네’를 통해 얻은 하나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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