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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9. 2023

동선(動線)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의 경로


 요즘 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거동이 불편하니 한 번에 할 수 있는 동선을 생각해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움직일 수 없기에 다 먹은 식판을 식판보관함에 넣고, 화장실에 가고, 온수를 받아오는 최적의 경로와 방법을 생각한 후 움직여야만 한다. 혹여 중간에 다른 볼일이 생각나도 어쩔 수 없이 예정된 동선대로 움직여야 한다. 예상치 못 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여유가 없기도 하거니와 동선은 짧고 단순한 것일수록 좋기 때문이다.


 동선은 의도된 계획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다. 나는 작년까지 동선을 만드는 업무를 2년 간 하였다. 방문한 고객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충동구매와 목적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최적의 동선대로 집기와 상품을 배치하면서 매출이 일어나는 과정을 기획하는 업무였다. 사실 내 직무의 가장 중요한 점이 동선을 기획하는 일인데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밀려 이 일에 크게 집중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변명이라 느껴지지만 고객이 문을 여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의 길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고, 표준 매뉴얼대로 작성하였기 때문에 사실 집중하지 않았던 걸은 아니다. 그냥 하던 대로 했을 뿐, 창의적으로 하지 못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아쉬움을 흔히 후회라고 한다. 후회는 결과에 대한 미련이 아닌 과정에 대한 미련으로 좌절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진행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알고 있어야지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는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시작하는 힘도 중요하지만 시작하고 끝내지 못하면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끝까지 해내는 힘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끝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알고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늘, 지금에 충실한 태도는 후회를 없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생에 있어서 동선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인생의 모든 과정을 알 수 있으려면 참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1초 뒤에 일어날 일도 모르는 인간의 인생 속에서 과정을 안다는 것은 주제넘은 행동일 뿐이다. 과정을 알지 못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은 동선은 지금에 충실한 태도뿐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당장 하는 힘, 내 일은 남에게 미루지 않고 나 스스로 하는 책임감과 최상의 결과를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이 더욱 가치 있고 빛나는 태도를 만든다. 인생길 위에 최고의 동선은 바로 태도이며 태도가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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