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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은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무파사라는 아빠가 되기를 꿈꾸며

by 조아

몇 달 전부터 아이와 한 달에 한 번은 함께 영화를 보려고 한다. 워낙 아이가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면 아내도 자유롭게 쉴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아이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T 멤버십의 혜택도 누릴 겸 아이와 충분히 상의한 후 영화를 고른다. 물론 아이의 취향을 반영하여 이런 영화를 보자고 내가 먼저 제안하기도 하지만, 아이와 나의 영화 성향이 비슷해서 거의 대부분 내가 제안한 영화를 흔쾌히 수락해 준다.


사실 지난달 개봉한 '모아나 2'를 보려고 했지만, 아이 친구들 가족과 보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고 해서 '위키드'를 보려고 했다. 위키드의 상영 시간이 2시간이 넘는 것을 보고 아이 입장에서는 화장실 문제도 있고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아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검색하다다 라이언킹 30주년 기념 영화인 <라이언 킹, 무파사>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보고 12월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린 시절 나의 영화 세계를 넓혀준 라이언킹 이 벌써 개봉한 지 30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이 영화를 손꼽아 기다렸다.


아내는 물론 가족들 모두가 의아해하는 사실이지만 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액션 영화 마니아로 보이지만 사실 액션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 영화광이면서 동시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는 모두 상영관에서 볼 정도로 광적으로 좋아한다. '라이언킹'그뿐만 아니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뮬란' 등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하는 대로 모두 상영관에서 보았고, 너무 좋았던 영화는 OST 음반까지 구매하여 영화를 봤을 때의 희열을 이어나가려고 했다. 영화를 보는 순간도 좋았지만, OST만으로도 충분히 기쁨을 누린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전 약속이 있었던 아이를 기다리며 런데이 피날레 RUN을 무사히 마치고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 친한 언니와의 신나는 데이트를 즐긴 아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근처 아웃렛 매장에 있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항상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를 본다는 기쁨도 있지만 아이는 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늘 치즈 팝콘을 즐겨 먹었는데 오늘은 데이트할 때 팝콘 증정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버터 오징어를 골랐고, 엄마의 눈치 없는 행복한 공간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쁜 표정을 나에게 충만히 보여주었다.


아내가 할인 혜택을 받아 예약해 준 것이라 우리의 영화 취향인 뒷자리와는 달리 중간 자리에 예약을 해서 조금 당황했지만 상영관 안에는 우리를 포함해서 8명밖에 없기에 불편하면 뒷자리도 옮기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다. 일요일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개봉한 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몰라도 상영관에 사람이 거의 없어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안녕, 할부지>를 아이와 단둘이만 본 이후 번잡하지 않은 상영관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단둘이 영화를 볼 때는 마치 상영관을 우리를 위해 전세 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와 크게 이야기를 하며 영화를 보았기에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30년 전 라이언킹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영화에 집중했고 아이는 엄마는 잘 사주지 않는 버터 오징어 팝콘 콤보에 집중하여 영화를 보았기에 더욱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라이언킹의 주인공인 심바가 등장해 심바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심바의 이야기가 아닌 심바의 아버지, 무사파의 이야기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전작 라이언킹에서 심바를 구하는 용감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위대한 왕, 무파사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 영화는 무파사의 어린 시절부터 밀레레에 오게 된 모든 여정을 알 수 있어 라이언킹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줬다.



특히 무파사와 심바의 삼촌 스카의 관계가 궁금했었는데 영화 초반부터 '타카'가 스카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심바가 무파사와 헤어져 홀로 모든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이야기 전개가 무파사의 어린 시절을 통해 세대를 이어 동일하게 역경을 극복하는 성장 과정을 견뎌야 한다는 것과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통해 함께 하는 힘, 그리고 종을 뛰어넘어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가치와 위대함을 스스로 알아가는 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중학생 때 보았던 라이언킹의 2D 화면과 달리 실사화 버전인 <무파사 : 라이언킹>은 심바가 왕의 혈통이기는 하지만 흔히 금수저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증명하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타카'가 가지고 있는 왕의 정통성에 대한 부정을 하며, 이미 자신이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진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켜내고 발전시킬 능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도 자신의 욕망보다는 진심이 전해지는 것이 중요함도 배웠다.


아이와 단둘이 영화를 볼 때마다 아빠로서 아이에게 어떤 것을 알려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했는데, 전작 <라이언킹>에서 무파사가 어린 심바와 함께 초원을 거닐며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지 알려주었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무엇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상 속에서 아이와 함께 하며 아이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자녀 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심취했다. 물론 영화와 현실은 다르겠지만 라이언킹 속의 '밀레레'라는 이상향을 향해 여정을 떠나는 것처럼 어쩌면 인생도 똑같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백사자가 초원을 지배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무파사가 밀레레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라피키와 종을 뛰어넘는 형제가 되어 왕이 되는 과정이 인생의 진정한 도전과 응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왔다. 아이와 나는 늘 영화를 볼 때마다 쿠키 영상이 없는지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데 화장실이 급했던 아이를 화장실에 데려다주고, 나가는 문 앞에서 쿠키 영상을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쿠키영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아이와 함께 보았고, 아이도 나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

#무파사라이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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