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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28. 2024

런말정산

런데이와 함께 한 2024년

 2024년 7월, 이태근 선생님께 가르침을 얻기 위해 녹색마을 자연학교에서 보낸 3일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불러왔다. 과일단식과 달리기를 하면서 체중이 줄었고 경고 신호를 보냈던 건강의 모든 지표가 정상 수치로 돌아왔고 다시는 못 볼 것이라 여겼던 70kg대의 몸무게를 보았고 유지하고 있다. 12월 동안 달리기에 게을러지면서 조금 체중이 들었지만 지난번처럼 요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체중 측정을 한다.


 아주나이스님께서 운영하시는 온라인 러닝 크루, '부단히런'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했고 인증을 위해 달린 것은 아니지만 달리기를 하고 인증하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했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는 고작 2km의 거리만 달렸을 뿐인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달리는 것이 좋았고 달릴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선천적으로 달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달린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달리기를 하며 인생의 변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했다.


 "과연 내가 매일 달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작심삼일 달리'라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했고 힘들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이태근 선생님처럼 한 달 살기>라는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에는 매일의 달리기를 하려고 애쎴고 달리기를 하면 얼마나 살이 빠질까 했지만 생각한 것과 달리 체중이 너무 많이 감량되어 깜짝 놀랐다.



 힘들어서 달리기를 포기할까도 했지만 생각보다 체중 감량이 잘 되어 점차 달리기의 재미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달리는 순간은 힘들었지만 달리기를 마친 후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의 희열을 맛본 후로는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고, 과일단식을 하며 약 5개월 동안 먹지 않았던 라면을 먹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달려야만 했다. 특히 새벽 달리기는 공복 상태에서 하기에 체중 감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매일의 달리기를 꿈꿨고 초보자에게 매일의 달리기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무리인 줄 알지만 매일 달렸다. 9월에는 222km의 거리를 달릴 정도로 달리기를 하기 위해 일상의 루틴까지 바꿨고 새벽 달리기를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주로 퇴근 후 저녁에 달렸지만 매일의 달리기를 위해 새벽 달리기로 바꾼 후로 더욱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설마 내가 하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목표했던 두 가지, 한 시간 안에 완주를 달성하며 다음 마라톤대회를 준비하는 초보 러너의 첫겨울을 맞이하는 중이다. 추위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러너로서 맞이하는 첫겨울은 너무나 춥고, 설상가상으로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때문에 약 2주 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고 걷기를 했지만 달리기를 향한 욕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매달 달리기에 대한 결산을 한다고 다짐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않았기에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인생을 바꾼 일대의 사건, 달리기라는 작은 행동 하나가 체중 감량은 물론 일상의 행동 패턴까지 변화시켰다. 30kg 이상 체중이 빠져 맞는 옷이 없어 새로 사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도 하지만 과거의 삶과 다른 이런 불편함도 내심 반갑고 좋기만 하다.



 '런데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사용하며 달리기의 흔적을 남기고 지속하고 있는 일상의 기록은 나를 이전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매월 마지막 주 런데이 마라톤을 하며 한 달의 달리기를 정리하는 것처럼 '런말정산'이라는 챌린지를 하며 2024년의 달리기를 회상했다. 아직 초보의 티를 벗지는 못했지만 달리기를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초보 티를 벗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런말정산'을 하며 직장인의 13번째 월급이라는 연말정산과 같은 시간을 통해 2024년 나의 달리기 정산을 했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자는 나의 달리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매일의 달리기를 꿈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일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달리며 매일 달려도 하룻밤만 자면 금세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무라카미 하루키를 뛰어넘는 러너가 되고 싶다.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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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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