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을 넓히는 시간
달리기의 세계로 들어온 2024년, 어느덧 마지막 날은 12월 31일이 찾아왔고 연말의 아쉬움과 새해의 기대감이 교차하는 이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 서둘러 귀가했다. 집에 귀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해 떠 있을 때 달리고 싶은 마음에 만사를 제쳐두고 집으로 향했다.
러너로 처음 맞이하는 겨울의 무시무시함은 나의 새벽 달리기 루틴을 주저하게 만들었고, 화장실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지난주부터 저녁 달리기로 변화를 주었다. 밤사이 차가운 공기에 지배당한 새벽녘보다는 아무래도 저녁때가 더 춥기 때문이다.
실내 달리기를 할 수도 있지만, 트레드밀 러닝은 너무나 큰 지루함과의 싸움이기에 조금 춥더라도 야외에서 달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다. 트레드밀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시간이 더디 가는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전날 1시간 달리기를 하며 몸 상태를 확인했기에 이번에는 10km 달리기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아직 해가 지지 않은 하천 주변을 달렸고, 추운 겨울 낮 동안 달궈진 대기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상 8도 정도 되는 날씨여서 얇은 옷 두 벌을 겹쳐 입고 나왔지만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려야지 생각했지만 달리다 보면 마음속에서는 10km의 거리를 1시간 안에 완주해야겠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미 마음속에 마라톤 공식으로 자리 잡은 ‘1시간 안에 10km 완주하기’라는 생각은 이날도 변함없이 내 생각을 사로잡았다.
다시 오지 못할 2024년, 특히 마지막 날, 젖 먹던 힘까지 짜서 기록을 세워보자는 다짐이 힘들었지만 매 구간별 페이스를 점검하며 달리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조금 어제 LSD를 해서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기에 조금 힘들었지만 올해를 보내는 이 시간을 누리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10km 완주하는데 1시간 1분이라는 기록에 만족해야 했고, 부상 없이 달리기를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었다. 이제 10km 달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의 자연스러움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올해의 마지막 날을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로 마무리했다.
올해 싫어했던 달리기를 하며 인생을 변화시켰던 도전의 시간을 기억하며 내년에는 보다 성숙하고 매일 체계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러너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부단히런과 함께 2025년에도 달리기를 완전히 누리며 성장하는 러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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