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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마라톤 완주의 기쁨

자주 성공을 경험하기

by 조아

지난주 화장실 사건 이후로 솔직히 달리는 것이 두려웠다. 달리지 못하는 것도 두려웠지만, 다시 달릴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막역한 두려움이 더 크게 작용했다. 미주신경성기절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날씨에 대한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변을 참고 3km 달린 것도 문제이지만, 이석증이 있는 상태에서 방한을 위해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달리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었고 외부와 화장실의 온도 차이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모두 나의 추측일 뿐 의사의 명확한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갔다 하더라도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찝찝한 만 계속될 것 같은 느낌에 병원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병원에 갈 일도 없고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 나라서 더욱 이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데 달리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일주일 동안 최대한 조심하며 몸의 상태를 확인했고 달리지는 않았어도 걸으면서 운동을 지속했다.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달리기를 평생 내려놓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여 더욱 의무적으로 하기도 했지만 사실 두 달 동안 해야 하는 '부단히런' 인증에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에 늦게라도 짧은 거리라도 매일 걸으면서 달리기의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걷다가 너무 달리고 싶어 2km 정도의 거리를 달리기도 했지만 어지럼증을 느껴 지속하기 어려웠다.


지난 토요일은 12월 초에 신청한 런데이 피날레 마라톤을 하는 날이었다. 마침 감정코칭 수업하는 날이라 11월처럼 9시에 함께 시작할 수는 없었지만, 일요일 낮에 달리면 조금이라도 추위에 덜 신경 쓰고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요일 일정을 비워두었다. 가족들도 개인적인 약속과 일정이 있어 부담 없이 나만의 달리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오랜만에 달리기에 혹시나 완주를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걱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혹시 모르기에 3km 정도 달리면서 몸 상태를 확인하고, 괜찮으면 10km 도전을 지속하겠다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리가 너무 울려서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이 울리는 증상마저도 적응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다짐을 하며 계속 달렸다. 조금 달리니 이내 울리는 증상을 느끼지 못했고 오랜만에 달리는 기쁨을 누리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달려서 내가 둔감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평소 나의 페이스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데 가민을 보니 5분 중반대의 페이스로 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겨울 달리기의 콘셉트를 LDS로 잡았기에 의도적으로 천천히 달리려고 했는데 이날은 나도 모르게 5분대의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달리기 전부터 에너지겔을 먹었기 때문이란 느낌이 들어 제품의 기능을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처음 먹는 SIS 제품이라 생소하기는 했지만 맛도 좋았고 젤의 상태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목 넘김도 좋았다. 특히 달리기 전 이뇨증상 때문에 일부러 물을 마시지 않았는데 약간의 수분 보충에도 좋았으며 대용량이라 하나만 챙겨도 10km 정도의 거리는 충분하다고 느꼈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달리기를 할 때 시기적절한 에너지 보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훈련하면서 나의 적절한 에너지 보충 구간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km 구간까지는 5분대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지만, 오랜만에 달리는 것이라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완주를 하지 못할 것 같아 페이스를 조절했고 170까지 치솟는 심박수를 보며 천천히 달렸다. 하지만 6분 초반의 페이스로 달리면 1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달렸는데, 호흡이 일정하지 않아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너무 힘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호흡이 일정하지 않으니 심박수도 요동쳤다.



10km 마라톤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 멈춘다면 가쁜 호흡을 진정할 수 있고, 앉아서 쉴 수도 있겠지만 나는 포기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런 포기는 습관이 되어 일상 속 깊게 뿌리내릴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가상 마라톤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중도 포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포기가 습관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마라톤 완주에 큰 힘이 된다.



물론 부상이나 몸의 이상이 생기면 중간에 멈출 수도 있고, 심각한 경우도 마라톤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마저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쩔뚝거리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완주의 기쁨이고 짧은 거리라도 완주의 기쁨을 누리는 경험이 축적된다면 멈 훗날 마라톤 풀코스의 완주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자주 성공을 경험하면서 마라톤 풀코스 완주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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