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한 이유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3일 동안 총 30km의 거리를 달렸으니 하루에 10km의 거리를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몸이 버틸 수 있어 가능했지만, 사실 엄청 무리했고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위험한 시도였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굿바이런을 하고 싶었기에 새해의 첫날 헬로우런을 하고 싶었기에 이런 무리수를 두었고 새해의 두 번째 날에는 오랜만에 가민의 휴식 제안을 받았다. 사실 다리 근육이 뭉치거나 결리는 증상은 없었지만 가민이 알려주는 몸의 컨디션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데 최근 한 달 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놓치기도 했고, 온 나라를 어수선하게 만들 일도 있어 일상의 루틴을 지킬 수 없었다. 딱히 정치에 관심도 없지만 방관하며 살 수 없는 시국이라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나는 내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을 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아직 <하얼빈>이란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일제 강점기 너무나 암울해 밝은 미래가 있기는 한 것인지를 의심했던 시절,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은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살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믿는다.
이런 복잡한 심정과 새해에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의 기대감으로 올해 첫 달리기를 대구수목원에서 했던 기쁨이 충분한 1월 2일 새벽, 여전히 달리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가민은 휴식을 제안했고 몸의 컨디션은 정말 좋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유는 잠을 푹 자지 못했기 때문인데 한번 잠들면 누가 엎어가도 깰 때까지 일어나지 않던 나였지만, 최근 한 달 동안에 중간에 수시로 깨기도 했고 잠들고 한 시간 뒤에 잠에서 깨어나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자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무리해서 달리기를 할 수도 있었지만 러너의 첫겨울을 맞이하는 나에게 화장실 사건 이후로 너무 추운 날은 달리기를 피하는 것이 일상의 정석이 되었다. 대신 한낮에는 겨울이라도 영상 10도 정도의 기온을 회복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리기를 틈틈이 했다.
업무 중이라 점심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일하는 도중 옷을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러너의 첫겨울 보내는 나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또한 점심을 과일 단식을 하며 가볍게 먹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작년 유난히도 무더웠던 기온 때문에 11월에도 초겨울의 기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밖에서 달리기를 즐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꾸 몸이 움츠려드는 진정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매일 달리고 싶은 러너의 열정은 추위를 이겨내고 싶기에 지금도 밖으로 달리러 나가고 싶다.
오랫동안 부상 없이 건강하게 달리고 싶은 나이기에 휴식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매일 달려도 금세 회복되는 체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휴식도 운동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시기이다.
휴식을 취하며 내일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그 힘을 온전히 달리기에 쏟아부을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쉬어야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고, 쉬는 것조차 불편했던 심정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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