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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06. 2025

초보 러너와 겨울비

겨울비는 두려움이다

 요즘 주말이 되면 항상 점심 먹기 전 달리기를 하거나 시간이 애매하면 점심을 거른 채 달리기를 한 후 늦게 먹을 때가 종종 있다. 새벽에 일어나 가볍게 산책하기 위해 중무장하고 밖으로 나가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추위를 타는 체질은 아니지만 겨울 달리기는 심적으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른 계절과 달리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달리기를 하면 부상의 위험이 더 높기에 달리기 전 충분히 웜업을 하지만 추운 날씨때문에 발이 꽝꽝 얼어 달릴 때마다 신경쓰인다.


 또한 최근 일어난 화장실 사건 이후, 급격한 온도 차이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있기에 따뜻한 봄이 오기 전까지 새벽 달리기 대신 오후 달리기로 루틴을 변경했다. 대신 새벽에는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루틴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달리기 경험이 적은 초보 러너에게는 겨울이라는 계절은 정말 혹독한 시간이다. 마치 나무와 같은 식물이 겨울이 되면 모든 성장을 멈추고 생존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초보티를 벗기 위해 거리를 늘리거나 페이스를 높이는 노력보다는 그저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며 기회가 될 때 달린다.


 평일에는 오후 달리기가 쉽지 않기에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달리기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견딜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강풍으로 웜업을 하다 포기한 적도 있다. 하지만 매일 출근 전 점심 달리기를 하고 갈아 입을 옷을 챙기며 오늘도 달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래서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조금 무리일 수도 있지만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달리면 평일에 달리지 못한 것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토요일은 격주로 감정코칭 교육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온전히 오후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일요일이 참 좋고 너무 기다려진다.



 주말이 되기 전 항상 아내에게 주말 일정에 대해 물어 본다. 내가 해야할 일이 있는지 확인하고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정이면 아내에게 양해를 구해 '자유 시간'을 누린다. 늘 아내에게 감사한 것이 아내는 나의 자유 시간에 대하 매우 관대하며 자유 시간을 많이 허락해준다. 자유 시간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쉬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나름의 할 일을 하는 시간이다



 어제도 분주했던 오전 일정을 보내고 점심을 거른채 오후 달리기를 했다. 아침에는 추위에 몸을 움크릴 정도로 추웠지만, 오후 3시에는 영상 8도의 날씨로 달리기에 딱 좋았다. 얇은 옷을 세 겹 입고 밖으로 나가 웜업을 하고 달리기를 했다. 11km의 거리를 목표로 계획하고 달렸는데 며칠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은 상태라 몸이 가볍고 좋았다.



 약간의 코감기 증세가 있어 코로 호흡하기 쉽지 않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심하지 않아 호흡하기 불편하지 않았고 심박수도 높지 않았다. 틈틈히 가민을 확인하며 페이스와 심박수를 점검했고 달리기 전 먹은 GU 에너지젤 덕분인지 체력적인 부담도 덜 했다.



 하지만 4km 정도 달렸을 때 한 두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평소 우중 달리기를 좋아하고 즐기기도 했지만 겨울비는 처음이라 엄청 당황했다. 얼마나 비가 내릴지 몰라 계속 달리면서 상황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점점 비가 거세짐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달리면 5km 구간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아 달리기에 집중해서 서둘러 정리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비까지 맞는다면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는 몸상태가 더 악화될 것 같아, 11km 달리기 계획을 수정하고 5km 달리기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며, 5km 달리기 기록도 나름 만족할 수준이어서 더 큰 비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약간 젖은 비니 모자를 세탁하면서 러너의 첫 겨울이자 겨울비에 대한 경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겨울비에 대한 두려움과 달리기 전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함을 느꼈다. 평소 일기예보를 확인할 때 비 예보를 확인하고 '설마 겨울인데 비가 오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비 예보는 확실히 점검해야겠다.  기온과 풍속뿐만 아니라 비 예보까지 확인하여 최적의 달리기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것이다.


 초보 러너의 겨울은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춥다고 집안에서 몸을 움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추위에 적응하며 따뜻한 봄날의 날씨를 감사할 수 있는 삶의 태도와 추워도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는 의지가 결합된다면 이번 겨울, 잠시 성장을 멈춘 듯보여도 한 뼘씩 성장하는 러너의 시간을 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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