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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고 싶다는 욕망

영화 서브스턴스 속 나와 또 다른 나

by 조아

나는 결혼 전에는 주말에 집 근처 영화관에서 홀로 심야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는 겁도 없이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어렵고,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나도 아내도 두 시간 정도 되는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자유를 느낄 수 없어 영화 보는 것을 자제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작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아이와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주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영화의 개봉 정보를 확인하고 아이에게 물어본 후 결정했지만, 대부분 애니메이션 영화를 함께 보았다.


몇 편의 영화를 보았지만 인사이드 아웃 2, 무파사 라이언 킹과 같은 영화는 아이는 물론 내가 좋아하는 영화여서 아이와 함께 본 후 혼자 한 번 더 본 적도 있다. 특히 국민스타 푸공주의 이야기인 <안녕, 할부지>는 계획적으로 두 번이나 영화관에서 함께 볼 정도로 영화 취향이 비슷하다.



우리와 달리 아내와의 영화 취향은 매우 다른데, 처남은 누나가 시키는 것을 다 하는 순둥이이지만 절대 누나와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장르도 다를뿐더러 아내는 영화를 볼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질문을 하기에 영화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도 매우 보고 싶었지만 아내의 취향을 너무 잘 아는지라 아내의 동의를 구하고 혼자 봤던 적도 있다. 영화의 소재도 아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지만 보통의 영화보다 긴 상영 시간 동안 아내의 궁금증이 흘러 넘길 것만 같았기에 홀로 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부는 함께 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따로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함께 하면 좋겠지만 취향의 다름을 억지로 맞추어가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서로에게 고통의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아내는 나의 이런 의견을 존중해 주었고, 자주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해 준다.



지난 11월 런데이 피날레 런 에필로그를 한 후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제목이 생소해서 검색을 해보니 '데미 무어'주연의 영화였는데, 장르가 스릴러가 아내가 싫어할 것 같았지만 아내에게 함께 보자고 말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아내는 '스릴러'라는 말을 듣자마자 혼자 봐도 된다고 했다.


감정코칭 교육이 없는 주말에 <서브스턴스>를 보려고 집 근처 영화관을 검색해 보니 상영관이 몇 군데 없었다. 더욱이 상영시간도 저녁 늦은 시간이나 심야 시간에 있어 아무리 혼자 본다고 하지만 쉽게 보기 어려웠다.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받은 영화이니 금방 내려갈 것 같지 않아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어제 출근 전 생각나서 잠시 검색을 하니 사무실 근처 영화관에서 6시 30분에 상영하고 있어 바로 예매를 했다. 영화를 보고 재미있으면 한 번 더 볼 요량으로 예매권 한 장만 사용해서 퇴근 후 퇴근 지옥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영화관으로 갔다.




결혼 전 자주 왔던 영화관이라 익숙했기에 상영 시간에 맞춰 영화관으로 들어갔고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주변 사람들과 상당히 간격을 두고 자리를 예매했기에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부담은 없었고 미리 검색해 본 것을 떠올리며 어떤 내용이길래 '충격적이다'라는 평이 많을까 엄청 궁금했다.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아도 '충격적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충격적이었다. 데미 무어의 전라 노출이 있었다는 포스터의 문장보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 많았기에 심신이 미약하신 분이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아내가 이 영화를 보았다면 두고두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


대중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유명 여배우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이 들고 피부가 처지는 노화 현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희망이 현실로 이루어지면서 벌어지는 '나'와 '또 다른 나'의 인생 쟁탈전은 예상했던 대로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



헛된 욕망의 결과를 알면서도 제어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결코 젊어질 수 없지만 젊어지기만 한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인간의 허황된 바람이 만든 결과는 그야말로 괴물(몬스터)을 만들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이 외모라고 생각한 주인공의 쓸쓸한 결말로 어쩌면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바닥 동판에 금이 갔을 때부터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예뻐 보이고 싶은 여배우의 마음을 이보다 잘 표현한 영화는 없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역할을 한 데미 무어는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이자 내가 처음 할리우드 영화를 알게 한 배우이기도 한데, 1962년 생인 그녀는 연기 인생 47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노출을 감행하면서도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열정을 보였다.


충격적인 장면 속에서 나의 탐욕도 그런 모습은 아닌지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소유하는 것이 아닌 누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 다시 젊어지는 기회를 제안받게 되었을 때 나도 엘리자베스처럼 행동하지는 않을지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순리를 벗어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현재의 나를 사랑하고 충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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